208345호는 어렸을 때 유모개미가 해준 말이 생각났다.
"우리 통영검정왕개미 대군체에는 등급이 여러가지가 있다. 여왕개미와 생식개미들은 등급이 아닌 본래 태어날 때부터 그런 거지만 여왕개미 수호대나 바깥 탐험개미는 비생식개미가 시험을 쳐서 들어갈 수 있다. 난 유모개미 시험이 가장 쉬워서 들어왔다. 하지만 난 탐험개미를 하고 싶었다. 탐험개미는 바깥에 나가서 미지의 생물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미지의 생물을 사냥하기도 하는 멋진 팀이다."
208345호는 문득 떠오른 생각으로 여왕개미한테 말했다.
"바깥탐험개미가 되고 싶습니다."
여왕개미는 수호개미 한마리한테 시켜서 종이를 가져오게 했다. 여왕개미는 그 종이에다가 자신의 이름을 썼다.
여왕개미는 다른 비생식개미나 공주,수개미와 다르게 아주 멋진 이름을 갖는다. 이 여왕개미는 근데 뭘 모르고 이름을 지었다.
그 이름이 예뻤다고 생각했는지 강한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지만 여왕개미의 이름은 김옥순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쓴 여왕개미는 208345호의 이름도 쓰라고 했다.
208345호도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그 종이는 바깥탐험개미가 될 수 있는 자격증이었다.
"이 일개미를 탐험개미 총 집궐 기지로 데려가라"
병정개미들은 208345호를 데리고 갔다. 아까전처럼 목을 물고 가지 않고 뒤에서 안내해주면서 갔다.
이제 208345호가 그 병정개미들보다 더 높다.
33층에서 점점 더 위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208345호는 우쭐한 마음에 빨리 병정개미들을 뒤따라간다.
탐험개미 총궐 기지는 24층에 있다. 마침내 24층에 도착해서 총궐기지에 208345호를 데려온 병정개미들은 갔다.
208345호는 먼저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라서 머뭇거린다. 그러자 개미 한마리가 면접을 보라면 저기로 가라고 한다.
"야 너 면접볼려면 저기 저쪽으로 가. 여기서 방해되게 얼쩡거리지 말고 디디한 년이"
208345호는 년이라 한 것이 기분이 나빴지만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려준 개미한테 한편으론 감사했다.
면접을 보는 개미는 덩치가 아주 크고 턱도 아주 컸다.
"뭐야? 면접 보러 온 거야? 물고 있는 그 종인 뭐냐? 설마 면접없이 들어갈 수 있는 자격증?"
208345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체검사는 해 보고 들어가야지 촌뜨기 같은 년, 아니 잠시만 너한테선 수컷 냄새가 난다??"
면접을 보는 개미는 더듬이를 맞대고 그의 정보를 알아보았다.
[비생식개미 일개미 208345호 2017년 4월 28일 일개미로 출생 수컷]
면접을 보는 개미는 깜짝 놀라 뒤로 자빠진다. 일개미가 수컷으로 태어나는 일은 없다.
"절대 안돼 넌 이상한 년, 아니 놈이고 그리고 돌연변이라고 알았어? 자격증이 있어봤자 소용없다. 여왕개미님의 허락이면 모를까"
208345호는 조용히 그 종이를 건네주었다.
[나 이 통영검정왕개미 대군체의 주인인 여왕개미 김옥순이 서명한다. 208345호는 지금 이 순간부터 바깥탐험개미의 자격을 갖춘다]
면접개미는 어이가 없었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