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털보왕사슴벌레 채집기에 이어서 2부는 꼬마넓적사슴벌레 채집기이다. 이어지는 채집기이니 아직 1부를 못보신 분들은 1부를 먼저 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털보왕사슴벌레 채집을 성공적으로 마친 우리는 박님이 위성지도로 봐두신 꼬마넓적사슴벌레가 서식할만한 곳으로 이동했다.
새벽에 목포역에 도착해서 식사를 한 이후로 식사를 하지 않아서 배가 고프기는 했지만 아직 해가 지지 않은 관계로 꼬마넓적사슴벌레 채집까지 강행군을 하기로 했다.(사실 배는 고픈데 털보왕사슴벌레 채집의 성공으로 인한 엔돌핀이 굉장한 에너지를 주지 않았나 싶다.)
박님이 봐두신 채집이에 도착하니 물이 맑은 저수지와 상록수림의 조화가 장관이었다.
엄청난 수의 물고기들이 빠르게 유영을 하기도 하고 점프를 해서 올라오기도 하는 둥 낚시대를 한 번 담궈보고 싶다는 욕구가 컸다.
하지만 우리는 낚시승리가 아닌 채집승리를 목적으로 온 것이기 때문에 장갑을 끼고 숲속으로 진입했다.
썩은 소나무 밑둥을 패보는 박님
우측에 박님의 역동적인 도끼질이 등장했다.
밑둥에서 등장한 소나무비단벌레의 유충
마치 코브라를 떠올리게 하는 외모이다.
정말 어디든지 등장하는 거저리류의 유충..
장소, 수종을 가리지 않고 나오는 듯 하다.
밑둥에서는 꼬마넓적사슴벌레를 발견하지 못하고 상록수림으로 들어가서 박님이 적당히 썩은 소나무 폐목을 찾았다. 그렇게 박님이 소나무를 패기 시작하자...
.....
...
꼬마넓적사슴벌레의 유충이 등장해줬다.
난생 처음보는 꼬마넓적사슴벌레의 유충... 채집지에 도착한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서 발견했다. 해당 지역에서의 서식여부도 불분명했었는데 박님의 감은 적중했다.
한마리가 나오기 시작하자 그 나무와 근처에 있던 나무에서 다수의 꼬마넓적사슴벌레가 나오기 시작했다.
박님이 찾은 꼬마넓적사슴벌레의 코쿤
꼬마넓적사슴벌레 유충 두마리와 꼬마넓적사슴벌레 성충 수컷
하... 털보왕사슴벌레를 성공했을때도 정말 감개무량했는데 연이어 꼬마넓적사슴벌레까지 성공하다니...
원래 꼬마넓적사슴벌레는 내일 채집하고자 했는데 해지기 전까지만 잠시 시도해보려고 했는데 꼬마넓적사슴벌레까지 성공해버렸다.
썩은 소나무를 섭식중이던 꼬마넓적사슴벌레의 유충
꼬마넓적사슴벌레 유충 1타 2피
대형 유충과 함께 발견된 꼬마넓적사슴벌레 암컷
한동안 꼬마넓적사슴벌레 수컷만 발견되던 참에 드디어 꼬마넓적사슴벌레의 암컷도 채집되었다.
꼬마넓적사슴벌레를 손 위에 올려놓고 한컷
적당한 마리수가 채집된 것 같기도 하고 날도 점점 어두워져서 오늘 채집은 마무리 했다.
오늘 채집한 꼬마넓적사슴벌레의 유충들
꼬마넓적사슴벌레 수컷들 단체샷
정말 오밀조밀 예쁘게 생긴 사슴벌레 같다.
꼬마넓적사슴벌레 페어로 단체샷
목표종 중 쉽게 보기 어려운 두 종을 하루만에 다 달성해버리다니.. 박님과 난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채집을 마무리하고 차에 타기 전에 자세히 보니 작은 개울가가 있었다.
이 웅덩이에서 멸종위기 2급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물장군을 관찰할 수 있었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물장군은 없었고 손을 씻다가 호기심이 생겨서 돌을 들춰보니 다수의 참가재를 관찰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참가재의 모습
한 때 가재를 정말 좋아했었는데.. 내가 사는 곳 주변에서는 보기가 어려운데
여기는 서식환경이 좋은지 이 작은 개울가에서 다수의 참가재가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산속의 물이 저수지로 흐르고 저수지 물도 상당히 맑아보였는데 저수지에는 상당한 사이즈의 참가재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참가재들은 사진만 찍고 다시 방생해줬다.
그렇게 오늘의 채집을 마무리하고 박님과 함께 뼈해장국을 한사발씩 흡입했다.
바닷가라서 뼈해장국에도 해산물을 넣었는지 국물에서 약간 바다냄새가 나는 기분이었고 도시에서 먹던 뼈해장국과는 다른 독특한 맛이었다.
하루종일 굶어서 이걸로는 배가 안 찰줄 알았는데, 위가 줄어들었는지 이 한그릇으로 배가 불렀다.
박님과 식사를 마친 후 스마트폰으로 오늘 하루 묶을 찜질방을 검색했고, 가장 괜찮아보이는 찜질방에 갔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입장할 수 없었다. 그 후 다른찜질방들을 가봤는데 영업을 안하는 곳도 있었고 네이버 블로그에는 나오지만 네비게이션에는 등장하지 않는 곳들이 다수였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난감해지던 와중에 박님이 티맵을 생각해냈고 티맵으로 구석에 있는 찜질방을 갈 수 있어서 입장했다.
씻고 오늘 하루종일 비맞으면서 산을 들쑤시고 다녔기에 탕에서 몸 좀 녹이고 찜질복을 입고 찜질방에 들어갔는데... 사람이 정말 미친듯이 많았다. 이건 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누울 공간조차 없었고 앉아있어야 했다.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열매님에게 전화를 해서 오늘 하루 성과를 자랑했다. 열매님은 요즘 유학준비로 바빴는데 이런 소식들을 듣고는 머리도 식히고 기분전환을 하고 싶었는지 막차를 타고 여기로 오겠다고 했다.
어차피 찜질방에서는 누워서 자지도 못하고 열매님도 목포역으로 오기로 했기에 박님은 차라리 목포역으로 이동해서 차에서 자는게 낫지 않겠냐고 했고, 그게 정말 획기적인 생각이라고 느껴져서 바로 실행에 착수했다.
그렇게 목포역으로 다시 이동해서 차를 주차해두고 시트를 최대한 뒤로 젖혀서 잠을 청해보는데.. 기차에서보다도 더 잠들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3시간 가량 새우잠을 자다가 열매님이 도착해서 우리를 깨웠고 이른 아침을 먹으러 이동했다.
나는 만두라면과 김밥을 시켰다. 열매님은 떡만두국, 박님은 라볶이와 김밥을 시켰던걸로 기억한다. 밤새 추위에 떨어서 그런지 따뜻한 국물이 간절했다.
그렇게 간단히 끼니를 떼우고 채집에 들어가기 앞서 드라이브도 하고 바다도 구경하는 시간을 보냈다.
아름다운 남해의 풍경들
아름다운 남해의 풍경들
간단한 관광을 마치고 다시 채집에 돌입했는데, 채집하던 도중 열매님이 자연산 송이버섯을 발견했다.
채집지의 풍경들
박님이 썩은 활엽수에서 채집한 독특한 체형의 사슴벌레 유충
어떤 종일지 정말 궁금하다. 하지만 클리어케이스 안에서 다른 유충과 섞여버린 듯 하다..
위 채집지에서는 애거스를 발견하기 어려워서 어제 갔던 채집지로 다시 향했다.
맑은날 아침 개울가의 모습
어제보다 물이 더 맑아보이고 예뻐보인다.
도착하자마자 열매님이 가재 두마리를 잡아서 포즈를 취한다.
열매님이 잡은 참가재의 치가재
자세히 들여다보니 멸종위기 2급의 물장군을 관찰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물장군은 없고, 작은 민물새우들과 잠자리류의 수채들도 서식하고 있었다.
어제 해체하던 소나무에서 또 발견된 꼬마넓적사슴벌레의 유충
오늘은 사이즈가 상당한 꼬마넓적사슴벌레의 암컷이 발견됐다. 어제 채집됐던 수컷 중 가장 큰 녀석보다 오히려 떡대는 더 크다.
어제보다 훨씬 더 좋아보이는 소나무 밑둥을 발견했지만 꼬마넓적사슴벌레는 발견할 수 없었다.
흙화된 소나무가 상당히 좋아보여서 꼬마넓적사슴벌레 사육을 위해 톱밥을 채취했다.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해서 죽어있던 능구렁이의 시체..
목표는 어제 다 달성했고 적당량의 꼬마넓적사슴벌레도 확보했기에 채집은 오전 중으로 완전히 마무리하고 나머지 시간은 이런저런 대화도 하고 드라이브도 하면서 보냈다.
채집한 개체를 나눌때의 모습
열매님은 출국이 얼마 남지 않아서 개체를 데려가지 않았고, 나랑 박님이 개체를 나눠가졌다.
털보 추정 유충들은 가위바위보를 해서 한마리씩 픽하기로 했는데
내가 이겨서 처음으로 가장 털보스러운 3령말기의 암컷 유충을 픽할 수 있었다. 위 사진이 해당 유충의 모습
박님은 집에 대형사이즈의 꼬마넓적사슴벌레들이 있다며 채집된 개체들 중 큰 녀석들을 전부 나한테 양보해줬다. 우측 암컷의 덩치가 돋보인다.
박님은 소형종은 커봤자 소형종일 뿐이라며 털보왕사슴벌레조차도 더 큰 녀석을 나한테 양보해줬다. 박님은 정말 태평양과 같은 마음씨를 소유한 것 같다.
어제 채집된 덩치들..
장수 유충은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사람이 데려가기로 했는데 내가 두판 모두 이겨서 다행이도 박님이 데리고 가게 되었다. 넓적사슴벌레 대형 유충은 박님이 한 번 우화시켜보라고 내 클리어케이스에 담아주셨다.
렌트카를 반납할 당시의 모습
이틀동안 차로는 대략 450km정도를 달렸고, 걸음으로는 3만5천보가량을 걸었다.
반납 후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 근처 뷔패로 이동했다.
처음에는 시장이 반찬이라 맛있었나 싶었지만, 한접시를 먹고나자 음식도 별로인데다가 피곤하기까지 해서 별로 먹지를 못했다.
첫번째 접시
두번째 접시
여기는 독특하게 고기뷔패와 일반 뷔패가 결합된 형태였다. 보통 뷔패를 가면 4~5접시정도를 먹는데 여기서는 2접시밖에 못먹었다. 가장 맛있는게 아이스크림이었던걸로 기억된다.
주로 핸드폰으로 포스팅을 하다가 노트북으로 포스팅을 해봤는데 아래 사진 아래에는 글이 안써져서 위에다가 작성한다.
열매님께서 털보왕사슴벌레 암컷을 선물로 줬다. 덕분에 어제 채집한 털보왕사슴벌레 수컷과 함께 안정적인 누대를 할 수 있게 됐다.
이 자리를 기회로 열매님께 한 번 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