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는 풀에서 사는 벌레 즉 메뚜기무리(Orthoptera)와 사마귀무리(Mantodea), 대벌레무리(Phasmida) 등의 곤충들을 일컫습니다. 풀벌레는 풀과 함께 살아가기도 하고, 풀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 특히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는 아주 오래전부터 풀벌레 사육을 해 왔습니다. 풀벌레는 고운 울음소리를 듣기 위해서 길렀는데, 먹는 것도 대개 채식을 하며, 귀뚜라미의 경우에는 싸움도 잘 하고, 무엇보다도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곤충들이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풀벌레들이 사육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밀짚으로 여치집을 만들어 소리를 즐기며 사육했고, 중국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귀뚜라미와 여치를 양식해서 판매하거나 귀뚜라미를 훈련시켜 싸움을 시키는 문화가 있으며 일본에서도 여치와 귀뚜라미. 특히 귀뚜라미와 방울벌레를 대중적으로 사육하는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지금도 풀벌레를 사육하는 사람이 많이 있지만, 중국과 일본보다는 지식과 정보가 많이 부족합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풀벌레 사육과 연구가 활발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그렇지 않습니다. '곤충 사육' 하면 갑충 사육이 먼저 떠오를 만큼 풀벌레에 대한 애정이 부족합니다. 풀벌레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양한 종류의 풀벌레를 사육하시면서 사육 노하우와 습성 등을 연구해 보시면 좋을 겁니다. 풀벌레 사육은 무엇보다 그 풀벌레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풀벌레 사육은 갑충과 다르다!
풀벌레는 기본적으로 풀속에서 살며 위생을 중요시하는 곤충들입니다. 톱밥과 나무, 먹이만 있으면 잘 사는 갑충들과 달리 기르기가 까다로운 곤충들입니다. 따라서 풀벌레를 사육할 때에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풀벌레 사육 시 필요한 것들
1. 사육통 : 풀벌레를 사육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건 통입니다. 풀벌레들은 대개 환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통풍이 잘 되는 사육상자를 고릅니다. 한 사육상자에 곤충을 많이 넣으면 서로 싸우거나 잡아먹는 등의 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적당히 넣습니다. 육식성인 풀벌레는 반드시 한 마리씩 길러야 합니다. 위를 망으로 덮어주면 망을 붙잡고 탈피를 하기 때문에 매우 좋습니다. 귀뚜라미나 꼽등이는 습기찬 곳에서도 살기때문에 클린케이스같이 습기가 조금 차는 통도 괜찮지만, 과한 습기는 좋지 않으므로 자주 환기를 시켜줘야 합니다. 가장 좋은 사육상자는 윗부분이 망으로, 벽면 중 최소한 1군데 이상이 철망으로 되어 있는 사육상자입니다. 나비 기르는 사육상자가 가장 적합합니다.
2. 바닥재 : 여치 따위의 풀벌레들은 대체로 바닥재를 깔지 않아도 사육을 할 수 있습니다. 바닥재를 깔아주면 그곳에 산란을 하기도 하지만, 먹이 찌꺼기나 죽은 사체가 직접 닿으면 썩거나 곰팡이가 생깁니다. 장수풍뎅이용 톱밥보다는 전자레인지나 팬에서 살균한 흙을 추천합니다. 바닥재가 너무 말라도 안 되고, 너무 습해도 안 됩니다. 바닥재에 먹이 찌꺼기나 곰팡이 등 오물이 생기면 즉시 치워주고, 청결을 유지합니다. 화분을 넣어 기르면 먹이 찌꺼기나 풀벌레의 배설물이 식물의 양분이 되기 때문에 좋습니다.
3. 탈피 지지대와 은신처 : 대부분의 풀벌레는 매달려서 중력의 힘으로 탈피를 합니다. 잡아온 풀벌레가 유충일 경우 탈피를 할 수 있는 지지대가 꼭 필요합니다. 지지대 없이 사육하면 탈피를 채 하지도 못하고 죽을 수 있습니다. 또한 성충인 경우에도 풀이나 나무에 매달리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매달리면 좋아할 만한 물건들을 넣어주되, 너무 많이는 넣지 않는 게 좋습니다. 망을 사육장 위에 씌워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귀뚜라미나 꼽등이 같은 곤충들은 숨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은신처를 넣어주면 좋아합니다. 귀뚜라미는 대개 계란판 등을 이용하면 은신처도 되고 탈피도 하기 때문에 좋습니다.
4. 먹이 : 먹이는 풀벌레 종에 따라 다릅니다. 메뚜기나 초식성 여치는 풀만을 먹고, 여치와 귀뚜라미는 육식과 채식을 겸하고, 사마귀는 오로지 살아있는 먹이만을 먹습니다. 이러한 풀벌레의 식성에 따라서 먹이를 골라야 합니다. 어떤 먹이든 바닥재에 직접 닿지 않게 주의합니다. 또한 한 종류만의 풀만을 먹는 경우도 있으므로 채집할 때에 그 풀벌레가 앉아있던 식물이나 주변의 식물들을 조사해서 먹이로 줘봅니다. 유충때부터 커가면서 식성이 변하는 풀벌레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5. 산란 : 산란하는 장소도 풀벌레 종에 따라 다릅니다. 대부분의 메뚜기와 여치, 귀뚜라미, 꼽등이는 땅속에 산란을 하고, 실베짱이는 나뭇가지나 잎 속에, 어리여치류나 날베짱이류는 나무껍질을 물어뜯고 그 안에 산란합니다. 사마귀는 나뭇가지에 거품형태의 알집을 만드는데, 사육통 뚜껑이나 망에 알집을 만들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풀벌레는 겨울을 넘기고 부화하기 때문에 왕귀뚜라미나 갈색여치처럼 저온처리가 반드시 필요한 종도 있고, 일부 사마귀나 쌍별귀뚜라미처럼 저온처리가 필요 없는 종들도 있습니다.
6. 유충 관리 : 풀벌레들의 유충관리는 갑충에 비해 매우 힘듭니다. 사슴벌레 등은 유충이 태어나면 톱밥이나 균사에 넣으면 알아서 잘 먹고 잘 크지만, 풀벌레는 유충때 요구하는 먹이가 다릅니다. 사마귀는 유충때부터 살아있는 곤충을 먹기 때문에 초파리나 진딧물 등을 먹이로 줘야하며, 여치는 유충때는 채식을 하지만 커가면서 육식을 하기 때문에 먹이에 주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귀뚜라미처럼 태어날 때부터 잡식인 녀석들도 있어 관리가 편한 종들도 더러 있습니다. 풀벌레들은 알을 많이 낳는 편인데, 그만큼 부화시 죽는 확률이 높습니다. 사마귀 같은 경우에는 알집에서 수백마리가 부화하면 다 감당하기 힘듭니다. 실내부화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유충이 태어나는 것보다는 자연부화 후 가까운 서식지에 감당하기 힘든 유충들을 풀어주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7. 방생 : 풀벌레들이 적응을 못하고 죽을 것 같거나 기르기 힘들 것 같으면 원래 서식지에 방생을 해 주어야 합니다. 원래 서식지에 풀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데, 원래 서식지가 아닌 곳에 풀어주면 그 풀벌레가 죽거나 서식지에 교란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넓적배사마귀는 남부에서 중부로 북상하여 수도권에서도 보인다는 소식이 자주 들리고, 필자도 중부지역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는데, 가로수의 이동이나 기후변화 이외에도 사마귀 애호가들의 무분별한 방생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풀벌레를 풀어줄 때에는 가급적 원래 채집했던 곳이나 그와 비슷한 곳에 풀어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8. 욕심 없는 마음 : 풀벌레들은 대부분 주변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곤충들이지만 너무 많은 채집은 삼가하는 게 좋습니다. 풀벌레를 기르고 싶을 때에는 적당한 수만을 채집해서 살고 있는 환경을 참고하여 사육합니다. 사육한답시고 수십마리 수백마리 채집해와서 사육도 하지 못하고 죽이면 그것은 살상이나 다름없습니다.
-기르기 쉬운 풀벌레를 알려주세요!!
어떤 풀벌레든 갑충사육과 많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셨으면 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고, 기르기 쉬운 풀벌레를 추천해 봤습니다.
1. 쌍별귀뚜라미
성충
약충
익숙하시다구요? 맞습니다. 먹이용 귀뚜라미입니다.
한국산 귀뚜라미 중에서 가장 기르기 쉽다고 생각되는 귀뚜람.. 바로 먹이용 쌍별귀뚜라미입니다.
사실 쌍별귀뚜라미는 한국 토종이 아니라 물건너온 외래종입니다. 원산지는 아프리카 말리이지만 지금은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 퍼졌지요.
유럽이 원산지인 집귀뚜라미(Acheta domesticus) 역시 쌍별귀뚜라미와 마찬가지로 전세계에서 사육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수입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거나 잘 먹고, 쑥쑥 잘 커주고, 산란도 오아시스만 준비하면 산란해주고, 유충관리도 주의만 하면 상당히 쉽습니다.
갓 태어난 1령 애벌레는 소위 '핀헤드'라고 불리지요. 동족 포식만 주의한다면 누구나 잘 기를 수 있는 대표적인 입문종(?) 풀벌레입니다.
먹이용이라 식상하시다구요? 우리나라 토종도 길러봐야지요.
2. 왕귀뚜라미
한국 토종귀뚜라미 왕귀뚜라미. 여름철 어디서나 볼 수 있고, 큼직큼직한 크기에 쌍별귀뚜라미보다 소리가 예쁩니다.
여러 마리를 기르면 먹이 먹는 모습, 교미하는 모습, 싸우는 모습, 알 낳는 모습 등 다양한 습성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하.지. 만. 쌍별귀뚜라미와는 달리 동족포식이 심하고, 산란한 알은 겨울이 지나야만 부화합니다.
산란한 바닥재는 반드시 겨울을 보내도록 베란다에 놔두며, 이때 바닥재가 마르지 않도록 합니다.
물론 이듬해 봄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냉장 저온처리로 부화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김남정 연구사님의 왕귀뚜라미 사육자료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3. 긴날개여치, 여치, 좀날개여치, 갈색여치
여치
긴날개여치
좀날개여치
갈색여치
새까만 귀뚜라미가 식상하면 여치로 가 봅시다. 초록색이 예쁜 긴날개여치, 여치와 곱등이같지만 곱등이가 아닌! 좀날개여치와 갈색여치.
이 여치들은 제가 직접 사육했을 때, 여치 중에서도 가장 사육이 쉽다고 생각한 종류입니다.
여치를 제외하면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먹는것도 가리지 않으며, 깨끗히 사육한다면 분명히 사육에 성공할 수 있지요.
다만, 4종류 모두 부화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저온 처리가 필요합니다.
긴날개여치나 여치의 경우 냉장실(2~3도)에서 2달 정도, 좀날개여치, 갈색여치는 겨울 날씨를 위해 베란다에 보관합니다.
갓 태어나 바글거리는 유충들을 보면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유충의 폐사율이 높으니 온습도에 많이 신경써주셔야 합니다. 어린 유충은 야채를 급여하고, 자라면서 작은 벌레를 넣어주어 육식성향에 알맞게 먹도록 합니다.
4. 왕사마귀, 사마귀, 넓적배사마귀
왕사마귀
사마귀 암컷
넓적배사마귀 암컷
넓적배사마귀 유충
풀숲의 제왕 사마귀! 사마귀는 풀벌레 중에서도 단연 인기가 많은 곤충이지요.
포식자의 카리스마와 날렵한 몸짓, 알수없는 포스가 넘치는 사마귀.
제가 선택한 종은 왕사, (참)사, 넓적배 3 종입니다.
일단 왕사마귀와 사마귀부터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종일뿐더러, 최근 넓적배도 중부쪽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에
발견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성충은 살아있는 먹이면 주는 대로 잘 받아먹고, 교미와 산란도 순조롭게 이루어집니다.
물론 유충 사육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태어나면서 이미 반 이상은 죽는 것을 감안하셔야 하며, 조그만 유충은 초파리나 진딧물과 같은 먹이를 일일이 구해다 주어야 합니다.
부화하는 모습을 보고 하루만 지나도 바닥에는 멸치같은 사마귀 새끼들이 수북히 쌓여 죽어있으며
죽는 애벌레 대부분은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하거나, 전유충 단계에서 허물을 제대로 못 벗고 죽는 낙오자들입니다.
만약 사마귀를 부화부터 성충까지 몇마리라도 무사히 기르셨다면, 단연 사마귀 사육의 고수(?)라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관리가 힘들면 못 기르니, 성충이나 어느 정도 자란 유충을 채집해 잠깐 기르거나, 알집을 받아 자연에 방생해주기도 합니다..
최근 사마귀 사육자들이 늘어나면서 사육정보가 조금씩 공유되고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만..
넓적배사마귀의 경우 원래 살지 않는 서식지에 무분별하게 풀어주는 일이 없도록 합시다..^^;
5. 바퀴(!!)
산에서 사는 깨끗한 산바퀴
크기가 매우 큰 압도적인 이질바퀴(미국바퀴).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으악~ 바퀴벌레를 키운다고??' 몸서리치실지 모르겠지만, 해외에서는 바퀴벌레도 이색 곤충(?)으로 널리 사육되고 있습니다.
물론 집에서 기어나오는 녀석을 잡아서 기르...지는 않고, 야생 바퀴나 애완용 바퀴를 사육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해충으로 알려진 이질바퀴, 집바퀴, 독일바퀴, 잔이질바퀴 등은 주로 연구용이나 실험용, 드물게 애완용(...)으로 사육되며
야생바퀴나 휘파람바퀴 등은 순수 애완용으로 사육합니다.
충우에서 바퀴를 전문적으로 기르시는 분은 바퀴사육의 대가 전성훈님이 계십니다..!
몇달전에 '기간테우스'를 올려주셨던..(거대한 바퀴인 블라베루스 기간테우스..)
한국의 경우 휘파람바퀴나 듀비아바퀴는 사육이 불법이고...해서 기르는 사람이 아주 없지만
산에서 돌아다니는 황금색의 예쁜(??) 산바퀴 정도는 길러봐도 괜찮다고 생각됩니다.
산에서만 살기 때문에 번식하는 경우는 드물고, 주로 부엽토나 낙엽, 식물질을 먹고 사는 깨끗한 바퀴.
닮은꼴 독일바퀴는 집에서도 나오는 해충입니다..^^;
이상입니다..^^
바퀴..사육과는 상관없는생각이지만 바퀴도 누대를거쳐서 귀뚜라미처럼 먹이용곤충으로 퍼졌으면하네요
글 진짜 깔끔하게 잘 썼네...
나도 얼른 강좌 내야할텐데...
대신 상추나 양배추는 잘 먹어
축하합니다! 충키가 168점 행운포인트를 드립니다! 점수를 확인하셔서 충키를 잡아라 이벤트에 응모해주세요!!! [응모하기!]
한국 대벌레도 기르기가 까다롭답니다.
축하합니다! 충키가 96점 행운포인트를 드립니다! 점수를 확인하셔서 충키를 잡아라 이벤트에 응모해주세요!!! [응모하기!]
채집이라도 한번 해보고 싶은데 장소추천좀 해주세요.
축하합니다! 충키가 181점 행운포인트를 드립니다! 점수를 확인하셔서 충키를 잡아라 이벤트에 응모해주세요!!! [응모하기!]
하지만 성실하게 쓰셨네요^^
거의 10년을 매일같이 오르내리던 산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찾기가 어려운 듯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