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메뚜기를 좋아하는 왕메뚜기입니다. 오랜만에 찾아뵙네요.
곤충 애호가들이 많아지고, 전문가들 또한 많아지는 시대.
실생활에서 쉽게 만나는 곤충들. 그런 곤충들을 볼 때면 생각나는 게 있지요.
곤충에 대한 호칭, 곤충의 분류, 곤충의 생태, 곤충의 몸 부위 이름...
이런 것은 어떨때는 곤충에 대한 상식처럼 여겨지기도 하죠.
하지만 간혹, 우리는 곤충에 대한 상식에 대해 의문이 들고는 합니다.
이 글 쓰면서 저도 새로 알게 된 점이 많습니다..^^;
두둥!
1. 웨타는 꼽등이과의 곤충이다?
이 부분은 제가 작성한 글(http://www.stagbeetles.com/bbs/board.php?bo_table=webzine_breed1&wr_id=14988#c_15672)에 나와 있으니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2. 사마귀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이유는 수컷의 일방적인 희생 때문이다?
포식성이 강한 사마귀는 짝짓기 후에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사마귀를 기르다가 암컷이 수컷 머리통을 먹어버리고 수컷은 그대로 교미를 하는(으아악!) 끔찍한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사마귀의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마귀의 이러한 포식 행동은 알을 배고 있는 암컷이 더 좋은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서 일부러 수컷을 잡아먹으며, 수컷은 자손들을 위해 기꺼이 몸을 희생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마귀의 입장으로 돌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수컷 사마귀는 암컷과 교미하기 전부터 잡아먹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암컷은 페로몬으로 수컷을 불러놓고 짝짓기를 하려고 다가오는 수컷을 공격해 밀쳐버리기도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행동을 왜 하는지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어쨌든 짝짓기 후에 도망가려는 수컷을 암컷이 '막무가내로' 붙잡아서 뜯어먹는 것은 확실하며, 그 영양분이 뱃속의 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즉 수컷을 잡아먹는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암컷 사마귀가 수컷을 교미 상대이자 먹이(?)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3. 매미는 성충으로 일주일밖에 못 산다?
자연에서 성충 매미가 얼마나 살 수 있는지는 아직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매미 한마리 한마리마다 표식을 남겨놓고 관찰할 수도 없고, 비싼 위치추적장치를 달았다가 새의 뱃속으로 '꿀떡!' 들어가버리면 엄청난 손실이 뒤따르기 때문이죠. 애벌레로 땅 속에서 5~7년가량 지낸 매미는 밖으로 나와 날개돋이를 하고 성충이 되는데, 최근에는 매미가 성충으로 사는 기간을 약 2주일에서 1달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다른 곤충들에 비해서 짧은 생을 사는 것은 맞지만 1주일만에 죽지는 않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일본의 매미학자 카토(Kato Masayo)는 매미 성충의 수명기간을 알아보려고 실험실에서 유지매미를 잡아다 사육했는데, 1주일을 넘기자 모두 죽어버렸다고 합니다. 이후 카토는 그 점에 대해 언급하였으며, 이후 자연상태에서 매미가 1주일밖에 못 산다는 이야기가 퍼진 것입니다. 물론 성충이 된 매미가 천적이나 곰팡이, 병균, 로드킬 때문에 삶을 1주일도 채 못 넘길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인간들의 장난이나 비비탄총, 자동차, 자전거, 도시 새들의 공격으로 우화하자마자, 혹은 짝 찾으려고 열심히 울다가 죽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ㅠ
4. 영단어 와스프(Wasp)는 모두 말벌을 뜻한다?
실제로 Wasp는 말벌, 땅벌, 쌍살벌 등 말벌류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말벌을 '말벌과'에만 지칭하기 때문에, 영단어 Wasp는 한국에서는 달리 부르는, 더 포괄적인 벌의 이름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거미를 사냥하기로 유명한 대모벌은 대모벌과에 속하지만 영어로는 Spider wasp 라고 부르고, 곤충의 몸 속에 기생하는 기생벌은 Parasitic wasp 입니다. 한편 말벌상과가 아닌 꿀벌상과의 는쟁이벌(Cockroach wasp)이나 구멍벌(Ground-nesting wasp) 등, 즉 '사냥벌'로 불리는 벌들은 말벌이 아니지만 이름에 wasp가 들어가는 경우입니다. 영어로 벌은 wasp와 bee로 나눠지는데, 꿀벌(honey bee)나 호박벌(bumble bee), 가위벌(carpenter bee), 꽃벌(Cuckoo bee) 등 꿀벌 무리는 bee로 부르며, 그 밖의 사냥벌, 기생벌, 좀벌, 말벌은 대부분 wasp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수말벌 같은 대형종은 호넷(hornet) 이라고 따로 부릅니다.
위의 이야기를 종합해보자면, 영어권에서 의미하는 '벌'과 한국에서 의미하는 '벌'은 의미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wasp가 귀여운 왜코벌을 의미할 수도, 매서운 땅벌을 지칭할 수도 있으니까요.
비슷한 경우로, 'cricket' 역시 '귀뚜라미'로 번역되고, 영어권에서도 대부분 '귀뚜라미'를 이르지만
사실 귀뚜라미 이외의 메뚜기 무리를 부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Raspy cricket - 어리여치
Jerusalem cricket - 미국 서남부 지대에 사는 어리여치상과의 곤충(한국 이름 없음!)
Camel cricket - 꼽등이
Bush cricket - 여치, 베짱이
Mole cricket - 땅강아지
이외에 송장메뚜기 같은 새까만 메뚜기도 종종 'cricket'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5. 전갈의 걷는 다리는 5쌍이다?
전갈에게 있는 5쌍의 다리 중 실제로 걸어다니는 '걷는 다리'는 4쌍 즉 8개입니다. 2쌍은 '더듬이다리'(입 역할인 '협각'과는 전혀 다릅니다.)라는 부속지가 집게 모양의 다리처럼 변형된 것입니다. 이는 미갈류(식초전갈), 무편류(채찍거미 또는 테일리스 휩 스콜피온), 의갈(가짜전갈), 일부 장님거미(통거미)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으로 따지자면 입 옆의 수염이 팔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정말 편하겠네요.
+ 조금 더 심층적으로 파고들자면, 전갈이나 곤충과 같은 절지동물의 더듬이다리나 입 역시 다리에서 진화했으므로 제 2의 다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6. 바구미는 쌀만 먹는다?
밥심으로 사는 우리 한국인에게 딱정벌레의 일종인 바구미는 쌀을 파먹는 곤충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바구미 중 곡류를 먹고 사는 종류는 쌀바구미, 팥바구미 등의 몇 종류입니다. 대부분의 야생 바구미는 나무 수액이나 식물의 열매를 먹고 삽니다. 우리가 '쌀벌레'라 부르는 곤충들은 쌀을 먹는 어리쌀바구미가 대부분입니다. 쌀바구미가 생겼다고 방치해두면 절대 안 됩니다. 그릇에 물 받아놓고 쌀을 넣어놓으면 쌀바구미가 둥둥 뜨는데 그걸 건져냅니다. 더 생기면..으악..ㅠ
7. 영단어 'Scarab'은 소똥구리만을 가리킨다?
얼마 전 외국 백과사전을 번역한 책을 보았다가 놀랐습니다. 황금 보석풍뎅이로 유명한 아우리간스보석풍뎅이가 소똥구리과로, 골리앗꽃무지와 장수풍뎅이가 소똥구리과로 나와있었기 때문이지요. 본래 scarab 이라는 단어는 고대 이집트의 '스카라베'에서 왔습니다. 이집트의 스카라베는 소똥구리를 의미했으며, 이집트의 종교적 세계관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쇠똥을 굴리는 소똥구리는 태양을 주관하는 신으로 여겨졌고, 지하에서 어린 시기를 보낸 소똥구리가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새로운 부활과 희망을 상징했다고 합니다.(그래서 이집트 신인 '케프리'는 얼굴이 쇠똥구리 모양입니다.) 하지만, 현재 소똥구리과와 풍뎅이과가 분리되어 있었다가 하나의 소똥구리과로 통합되면서,(한국은 아직 독립된 과로 보고 있네요) scarab은 소똥구리를 통틀어 풍뎅이류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흔히 쓰입니다. 과명을 소똥구리과가 아니라 풍뎅이과로 번역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풍뎅이를 가리키는 이름은 사실 어딜가나 beetle 이라는 말이 자주 쓰입니다.(예를 들어 폭스바겐 비틀이라던가..아..죄송합니다) 게다가 scarab은 풍뎅이나 소똥구리나 구분없이 쓰기도 합니다.
8. 곤충 이름에 있는 용어는 모두 우리말이다?
매미, 잠자리, 나비, 나방, 메뚜기, 사마귀 등 곤충을 부르는 우리말은 다양합니다. 특히 나비 이름은 곤충학자 석주명이 손수 이름을 붙였기 때문에, 가장 우리나라다운 생물 이름으로 손꼽힙니다. (외쳐 갓주명!) 하지만 일제시대와 해방 이후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곤충 이름은 일본말이나 영어에서 빌려오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예를 들어 '곰개미', '곰방울벌레', '곰귀뚜라미'에 붙은 접두사 '곰'은 일본어 '구마クマ'를 직역한 것으로,-하지만 이 발음은 고대 한국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우리말의 '먹'과 상통합니다. 꽃에서 꿀을 빠는 재니등에 종류인 '빌로오도재니등에'의 '빌로오도'는 원래 포르투칼어 비로드(veludo. 벨벳의 다른 이름)라고 해야 자연스럽지만, 일본식 발음 '비로오도ビロード'를 그대로 읽은 '빌로오도'가 되어버렸지요. '루리하늘소', '루리알락꽃벌'처럼 언뜻 들으면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루리瑠璃'라는 접두사는 사실 유리 또는 청옥사파이어을 뜻하는 일본어るり를 그대로 가져와 쓴 겁니다. 생물학자의 이름은 기린 곤충의 이름은 표기도 가지각색이라서, 'Galois'라는 이름을 두고도 '갈로이스', '갈로아', '갈로와', '갈루아' 등 여러 표기가 혼용되고 있습니다. (갈로아벌레? 갈루아벌레? 갈로와벌레? 갈로이스벌레? 그냥 저는 '귀뚜라미붙이'라고 할래요. 복잡해서 원!) 이처럼 곤충 이름에 외래어가 많이 들어간 이유는 워낙 종 수가 많기 때문에 하나하나 우리말 이름을 붙여주기엔 적합한 단어가 없었거나 일본의 서적을 참고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곤충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겠죠?
9. 리옥크는 대왕 귀뚜라미다?
2007년경, 곤충끼리 싸움을 붙이는 일본의 오락 비디오 프로그램 '충왕전'에서 기존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인도네시아 출신의 거대한 곤충이 한국과 일본의 슈퍼스타(?)로 명성을 떨치게 됩니다. 이 괴물 곤충은 낙타거미, 왕사마귀, 타란튤라거미 등 다양한 곤충과 싸워 이겼기 때문에 충왕전 열풍이 불던 곤충인들에게 주목받게 됩니다. (아직도 사마귀랑 낙타거미를 와그작하는 영상을 보면 소름이 쫙~~~)
이름은 '리옥크'. 일본 이름リオック을 그대로 부른 것으로, 학명은 '시아 페록스'Sia ferox. 국내의 미디어와 TV 프로그램에도 소개되었는데, 특히 TV 프로그램 '스펀지'에 등장한 모습이 압권이였습니다. (전 봤습니다...아시안포레스트 전갈하고 싸워서 꼬리를 뜯어먹더구요...) 괴물곤충, 무적곤충, 거대곤충 리옥크는 생김새에 걸맞게 '대왕귀뚜라미'로 불려지게 됩니다. 하지만 생김새나 습성과는 달리 리옥크는 귀뚜라미과가 아니라 어리여치상과Stenopelmatoidea의 어리여치사촌과Stenopelmatidae (우리나라 이름 없음. 임시 이름)에 속합니다. 우리나라와 열대 아시아의 어리여치류Gryllacrididae와 가깝지만, 나무 위에서 나뭇가지 사이를 오가며 활동하는 어리여치와 달리 이 종류들은 땅 위를 돌아다니며 굴을 파고 생활합니다. 미국의 서남부 지역에 서식하는 'Jerusalem cricket'Stenopelmatus도 겉모습은 곱등이나 땅강아지 같이 생겼지만, 엄연한 어리여치사촌과의 일원입니다. 참고로 리옥크는 현지에서도 만나기가 손에 꼽을 정도로 희귀하고 관찰되는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사육하기도 아주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어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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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되려 약충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 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