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서 조금만 나와도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정말 좋은 곳입니다ㅠ.ㅠ
그런데 이게 뭔일이여?
아침에는 날씨가 흐렸는데 점점 날씨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높은 산에는 비가 올지도 모르지만 어쨋든!
이런 날씨라면 당장 숲으로 가야합니다.
이곳저곳을 살피면서 목표하는 곤충이 있을만한 위치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렇게 돌아~~돌아다니면서 한 장소를 찾았습니다.
고운산하늘소가 먹는 작약도 있고, 산속에 있는 아주 적당한 장소였습니다.
다만 주인이 있는 꽃밭이라는 점이 조금 걸리긴 합니다.
한시간 두시간....세시간.....계속 기다려 봅니다.
날씨가 조금 안좋아서일까요.
아니면 역시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은 곤충이라서 보기 힘든걸까요.
오늘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겠지.
오늘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만날 수 있겠지,,,
스스로를 위로해봅니다.
분명히 이번에는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쉽지가 않나봅니다.
[지금 이 상황이 TRUE?]
눈을 뜨자마자 벌떡 일어나 창밖을 보았는데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날씨가 좋다고 반드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능성은 있는 거니까요!
아침밥을 대충 구멍가게에서 사먹었습니다.
제가 단걸 참 좋아하는데 저 크림빵은 정말 저를 위해 만들어진 빵 같은 느낌!
그 꽃밭에 가면 고운산하늘소를 볼 수 있을까.
어제 보았던 곳을 가려면 냇가를 건너야 합니다.
잠시 냇가에서 쉬어가기로 합니다.
냇물에 발을 담그니 금강모치 떼가 와서 발을 간지럽힙니다.
깨끗한 물에만 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역시 강원도는 다른가봅니다.
더운 날씨에 시원한 냇가에 누워서
아무 생각 없이 아무것도 안하고 아무렇게나 있자니
여유가 생기고 마음이 편해집니다.
여기가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었나?
이런 아름다운 자연을 두고 사진한장 찍겠다고 난리피우는 꼴이라니...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자연과 교감하다 보면
내가 보지못했던 모습들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오지는 않을지,
더 여유로운 자세로 여행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색깔도 모두 다른 강아지 삼형제들과도 놀아주고,
고양이의 까슬까슬한 혓바닥 감촉도 손으로 느껴봅니다.
산골에 둘이 오순도순 사시는 노부부들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집지키는 강아지와도 바닥에서 뒹굴거려봅니다.
이제는 벌레를 보러가야할 시간!
신발을 벗고 냇가를 건너 다시 산길로 걸어올라 갑니다.
[으악.]
다시 한 번 고운산하늘소를 보고
내 손으로 잡아서 사진을 찍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즐거운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었는데
어느새
저 멀리에 꽃밭이 보입니다.
응?!???????!?
저 멀리 작약 꽃에 노란색.
덜컹(심장 떨어지는 소리)
[뽀토그래프 바이 웅초이]
심장이 툭 내려앉는 것 같았습다.
산속에는 그야말로 괴성이 울려퍼졌습니다.
정말 기절 초풍할 일이었습니다.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만날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고운산하늘소를 만나다니.
작약꽃 위의 고운산하늘소는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노란색바탕에 검정무늬가 박혀있는 시초와, 더듬이와 다리의 적절한 노란색.....
그리고 기주식물인 작약위에서 매무새를 다듬는 모습....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곤충이 자연과 함께 더불어 있는 장면을 보니 정말 꿈같았습니다.
말로 표현할수 없을 정도의 감동이었습니다.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완벽한 생태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이 광경을 사진기에 담으려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구도를 상상하고 또 스케치하고
또 머릿속으로 셔터를 눌러댔던가.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카메라 세팅을 마치고, 셔터를 누릅니다.
찰칵.
으아....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습니다.
정말 꿈 같은 시간입니다.
오랫동안 바래왔던 지난 시간
책을 뒤지고 인터넷을 뒤지고 논문을 뒤지던 그 시간들
눈만 감으면 떠오르던 이 녀석.
그리고 바로 작년,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촬영기회...
오랜 시간 바래온 것이 현실이 되었을 때의 그 희열!
지난 4년에 대한 보상 같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렇게 행복하려고 그동안 고생했구나.
20장 정도 찍으니 몸에 힘이 쭈욱 빠집니다
이제는 더 이상 돌아다닐 힘도 없습니다. 아니, 돌아다녀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산을 향해 90도 배꼽인사를 했습니다.
산신령님 감사합니다.
누가 봤으면 미친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돌아오는길에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아빠미소 오빠미소 삼촌미소가 마구마구 흘러나옵니다.
헤헤...
산속을 돌아다니며 고생할때는 사진찍을 정신이 없고
글빨도 부족해서 여행기에는 표현이 잘 안되었을지 모르지만
이 사진 한 장을 위해서 얼마나 오랜시간 산속을 휘젓고 다녔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오랜시간 기다려왔던 만남은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그 만남은 아직까지도 제 청춘여행에서 가장 큰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찾아 떠나는 여행!
다들 여행 한번쯤은 가니까.
유럽한번 가보면 좋을 것 같으니까.
대학생이라면 내일로지!!!
그렇게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무엇이 하고 싶은지,
엇을 이루고 싶은지 스스로 묻고,
오랜 시간 고민하고,
나름의 답을 내리고...
그리고 나서 용기를 내어 여행을 떠나고 청춘을 만끽하는 것.
그런 여행이 바로 2013년을 살아가는 우리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청춘여행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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