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계속 사슴벌레류 채집에 매진해오다가, 어느덧 5월이 되고 도끼채집을 하기 너무 버거운 때가 오자, 피트폴 트랩 채집을 시도해보고 싶었습니다.
캐나다에서 피트폴을 시도해본것은 3년 전 8월으로, Scaphinotus angusticollis 를 목표로 15개 정도의 컵만을 묻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14마리의 Scaphinotus를 채집하는데 그쳤습니다.
[출처- 구글]
Scaphinotus angusticollis는 Snail-killer라는 이명을 가진, 북미 원산의 Cychrini족(꼭지딱정벌레족)에 속하는 포식성 딱정벌레류입니다.
Snail killer라는 이명에 걸맞게, 달팽이와 민달팽이를 주식으로 삼으며, 평소에는 썩은 침엽수의 밑둥이나 밑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나와 사냥감을 찾아 포식하는 생태적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습성은, 과거 14마리를 채집했을 때 썩은 나무 밑둥 근처에 설치한 트랩에서 주로 발견되었던 점을 근거로 추론한 결과입니다.
산림 지역에 주로 서식하며 나무 속에 은신한다는 점과 달팽이를 주로 사냥해 먹는 점을 미루어 볼때 일본의 곤봉딱정벌레류와 흡사한 생태적 지위에 있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저런 큰 침엽수 밑둥 근처에 집중적으로 트랩을 매설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3년 전과는 달리 55개 가량의 트랩을 매설했습니다. 여전히, 100개 200개씩 매설하는 다른 분들에 비하면 약소하죠.
트랩을 매설하다가 발견된 도롱뇽. 북미에서 흔히 볼수 있는 이끼도롱뇽류입니다.
이정도 크기의 플라스틱 컵에 식초+참치, 혹은 식초+소시지, 식초+콜라+참치 이렇게 3가지 타입으로 미끼를 설치했습니다.
일부러 차이 양상을 알아보려던게 아니라, 재료가 부족해져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4일 뒤인 5월 14일에 다시 와보았습니다. 기대되는군요.
산의 초입에 설치한 첫번째 트랩.
기대하고 있던 Scaphinotus angusticollis가 작은 머리먼지벌레류와 함꼐 걸려 있습니다. 시작이 아주 굳입니다.
두번째 트랩에는 Pterostichus lama 라고 하는 BC주 최대의 머리먼지벌레류와 함께 다른 Scaphinotus가 걸려 있습니다.
그러나 세번째 트랩에서 난데없이 뒤쥐(땃쥐과에 속하는 작은 쥐) 한마리가 빠져 죽어 있는 것을 보고 패닉에 빠져서;; 네번째, 다섯번째 트랩까지는 사진도 안찍고 그냥 채집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촬영을 겸하며 채집에 들어갔습니다.
Scaphinotus angusticollis 가 여섯마리나 걸려 있습니다.
7번째 트랩.
산의 초입을 벗어나자 점점 많아졌습니다.
빛을 받아 딱지날개가 붉게 빛나는 모습이 마치 체리를 집어넣은 화채를 연상시킵니다.
트랩 하나에 9마리가 빠져있던 걸 보고 기뻐하고 있었죠.
그떄까지는요.
그리고 이끼도롱뇽류가 트랩에 빠져 죽어있었습니다.
이런 죽은 도롱뇽이 전체 트랩에서 족히 총 대여섯마리는 발견이 되었습니다. 초절임이 되어버린;;;
Scaphinotus보다도 반가웠던 녀석들. Pterostichus lama는 BC주에서 가장 큰 머리먼지벌레류 및 가장 큰 포식성 딱정벌레류이며,
그 옆에는 그토록 잡고 싶어하던 Promecognathus laevissimus 가 발견됩니다. 조롱박먼지벌레아과에 속하는 북미 고유종으로, Scaphinotus angusticollis가 달팽이를 주식으로 삼는다면, 이 종은 노래기류를 사냥합니다.
조롱박먼지벌레류와 비슷한 외형에 같은 아과에 속하지만, 강변이나 해변의 모래사장이 아닌 썩은 나무 속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트랩을 확인하기전 찰칵.
이 트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어마무시한 양이 걸려 있었습니다;;
다 꺼내서 세어보니 총 43마리.
한개 트랩에 무려 40마리가 넘게 걸려 있었습니다.
고작 이정도 되는 작은 컵에 저정도로 몰릴 정도면 먹이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걸까요. 산에 널려있는 달팽이나 민달팽이들을 봐선 아닌것 같습니다...
쓰러진 나무 옆에 설치해둔 또다른 트랩
예상대로 많은 수가 걸려 있습니다.
총 22마리가 걸려있었습니다. 이정도도 굉장히 많은 양이지만,
바로 앞에서 43마리가 걸려있던지라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이끼도롱뇽이 와서 초절임이 되어있었습니다.
또다른 트랩에서 약 대여섯마리가 잡혔습니다. 그리고...
Scaphinotus들과 함께 육점박이송장벌레(Six-spotted Sexton beetle, Nicrophorus defodiens)가 발견됩니다.
칼고사리 주변에 숨어있는 트랩을 찾느라 고생좀 했습니다.
7마리의 Scaphinotus가 걸려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죽어있는 이끼도롱뇽과, 6마리의 딱정이들을 수거합니다.
채집을 속행하다가 지금 막 트랩에 이끌려 온듯 날아온 육점박이송장벌레가 발발거리고 있더군요. 덕분에 사진을 선명하게 못 찍었습니다.
바로 알코올로 직행..
아무것도 걸려있지 않은 트랩은 매설했던 곳에서 회수해서 다른곳에 설치하기 위해 가지고 다닙니다.
위 사진의 (묻혀있는)트랩에서 발견했던 12마리의 딱정이들.
거대한 썩은 침엽수 밑둥 바로 옆에 매설한 트랩
역시 다섯마리의 딱정이들이 걸려있었습니다.
계속 계속 나왔습니다.
3년 전에 비해 너무나도 급격하게 잭팟을 터뜨린 것 같습니다.
간간히 나와주는 Pteristichus lama와 16마리의 Scaphinotus들.
그 다음의 트랩에서는 Scaphinotus들 말고도 또 반가운 녀석이 걸립니다.
위에도 한번 걸려줬던 Promecognathus laevissimus
보통은 잡기 어려운 종인데 이번 트랩에서 2마리나 걸려 주었습니다.
이 트랩을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내려오던 도중 날아오길래 붙잡은 목대장입니다.
한국종과 거의 동일하게 생겼습니다. 기후의 차이가 별로 없는 탓이겠지요.
채집물 결과...
바글바글해서 육안으로는 도저히 못 셀 지경입니다.
집까지 걸어오다가 근처 호수에서 무리지어 헤엄치고 있길래 호기심에 포충망을 물속에 휘저어 잡아본 가시고기류입니다.
한국에서도 본 적이 없는데 이곳에서 가시고기를 처음 봐서 무척 신기하더군요.
하지만 곧 죽으려고 하길래 다시 물로 놓아주었습니다.
집에 와서 그날 밤에 일일히 부절 떨어진 애들 골라가며 세어봤습니다.
부절 망실부위 없는 녀석들만 총 163마리 채집되었더군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그리고 3일 후인 5월 17일(캐나다 시간으로 어제). 지난번에 확인했던 트랩을 회수하지 않았고, 추가로 채집을 해보고 싶어서
40여개의 새로운 트랩을 매설하는 동시에 3일간 와서 걸렸을 개체들을 채집하러 가 보기로 합니다.
솔직히 이미 지난번에 163마리, 부절 떨어진 개체들까지 합치면 200여마리에 달하는 개체들을 채집했던지라, 이번에는 몇마리 와있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완벽하게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첫 트랩부터 이렇게 걸려있더군요. ^-^;;
트랩 옆에 와있던 컬러풀한 색상의 대형 민달팽이류.
사실 찍지는 않았지만 다른 트랩들에서도 종종 빠져서 그대로 초절임이 된 민달팽이들이 많았습니다.
이 개체도 빠졌지만 몸집이 컸던 탓에 잠기지 않고 무사히 트랩을 빠져나온것이겠지요.
트랩마다 최소 5마리 이상씩은 다 걸려 있었습니다.
정말로 어마무시한 양...
지난 채집 때 43마리가 걸려있던 트랩.
이번에도 엄청난 수의 개체들이 걸려있었습니다.
한마리 붙잡고 끌어올리니 다리가 엉킨 채 무더기로 끌려올라오더군요;
대단한건 저 무더기를 끌어올리고도 트랩에는 4마리가 남아있었다는 사실
정말 빠짐없이 걸려있었습니다...
가지고 간 트랩들 40여개를 추가 매설해주자, 총 합계가 100여개에 육박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4일 후가 기대되네요...
이번 채집물도 지난번과 대등할 정도로 많았습니다.
합산해본 결과, 부절이나 더듬이 망실부위 없는 개체들의 총 합이 161마리더군요.
1차 채집 163마리
2차 채집 161마리
믿을수 없는 채집량입니다;
이 많은 물량은 앞으로 유럽이나 타국 곤충 표본 콜랙터들과 교환용으로나 써먹어야겠습니다.
Scaphinotus angusticollis가 많이 잡히기는 했으나
다른 다채로운 종들은 다양하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Pteristichus lama가 그나마 2번의 채집에 걸쳐 5마리 가량 잡혔네요.
사진은 크기비교샷입니다.
마지막으로 바로 전족해놓은 Promecognathus laevissimus 사진으로 이번 채집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음 3차 채집 때는 설치해둔 트랩을 모두 회수해올 생각입니다.
충우 여러분들도 즐거운 채집생활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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