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어제 연재되었어야 하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늘 연재합니다*
제 9화 '처음이자 마지막의'
순식간에 상황은 전쟁터로 바뀌었다.막대기를 들고 던져봤자 효과는 전혀 없었다.
개미들이 단체로 물기를 시도했으나 인간들이 두룬 하얀색무언가는 전혀 뚤릴 기미가 없었다.
곤충들이물든 말든 애꿎은 살충제만 시원하게 분사되고 있었다.
그러자 인간의 몸에 붙어있던 곤충들이 낙엽처럼 떨어져나갔다.
몇몇 인간은 그걸 주워 봉지 담기 시작했다
"산호랑! 산호랑!"
"청띠야! 나 여기!"
산호랑나비는 바위 밑에서 소리지르고 있었다.
"빨리와! 자식아!"
난 살기위해 달리려고 하는 찰나..
"나좀 도와줘.."
뒤에는 다친 배추흰나비가 있었다.
"미안해..나 지금 바빠."
"제발! 나좀 어떻게 해줘.."
"나도 살고싶어...미안해 "
시간은 계속 가고 인간들은 어느새 우리 주변으로 오고 있었다.
옆에 우리와 같이 숨어있던곤충들이 하나둘씩 도망가자 나는 더 불안해졌다.
"제발...한번만...더이상의 무언간 바라지 않을께.나좀 부축해줘."
"청띠! 빨리와! 뒤질래?"
'에라이 몰라!'
대충 배추흰나비의 손을잡고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혼자 뛰는것보다 훨씬 느렸다.
숨이 가빠졌다. 기절할것 같다. 숨이 목끝까지 차는느낌이었다.
토할것 같다.
그러나 뛰면뛸수록 바위밑에 가까워졌다.
"청띠야! 잘했어!"
정신이 없는데 어느새 난 바위 밑이었다.
수많은 곤충들이 바위밑 대피소에 모여있었다.
내가 마지막이었는지 내가 들어오자마자 풀잎으로 입구를 막았다.
"고..고맙다..헤."
배추흰나비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
대답할 힘도없고 대답하고 싶지도 않았다.
주변에서는 자신의 친구, 가족을 잃은 곤충들의 통곡소리가 울려퍼졌다.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이시각에 호랑나비는 뭐 하고 있을까,
"넌 어디서 왔냐?"
"인지몰에서 왔다. 왜"
"아니..뭐 그냥 궁금해서."
안그래도 기분 안좋은데 배추흰나비는 계속 질문을 던졌다.
"네 여자친구냐?"
"씨.아니거든."
결국 곤충들은 바위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인지몰로 복귀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저번에 맞은 살충제때문에 부작용 증상이 아직도 있다.
배추흰나비는 인지몰이 아니다. 여기저기 다른 곤충들과 피란생활하다가 이곳에 정착했는데
살충제에 맞은것이다.
걸을순 있으나 뛰지는 못한다.
"잘가라.나중에 또만나자."
"살충제나 안처맞아라."
그렇게 욕만 박고 가는데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아..벌써 정이들었나? 아니겠지. 청띠 체면에.
그렇게 배추흰나비를 떠나보내고 우리는 가장 가까운 인지몰로 이동했다.
10화 '민들레'
내가 들어간 인지몰 무리는 대장을 정하고 있었다.
원래는 노랑나비였으나 노랑나비가 전쟁터에서 전사하였다.
후보를 정하는데 난 장난으로 입후보하였다.
투표시간이다. 다른 후보들은 긴장해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다지 기대도 그렇다고 완전히 포기도 아니고 그냥 평정심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애썼다.
"청띠.""멧노랑."
이후로도 나의 이름은 계속해서 불러졌다. 살충제에서 2번 살아났다는 소문을 들었나보다.
"청띠...""아틀라스...""털두꺼비...""넓사..""청띠..""청띠.."
어느새 나의 이름옆에는 '바를정'자가 5개나 그려져있었다.
"이로써, 이번 대장은 청띠가 당선되었다. "
"와!"
다른 후보는 시큰둥한 표정이길래 난 적당히 좋아했다.
이 인지몰에는 약간의 부대장? 정도 되는 곤충이있다.
바로 장수말벌이다. 힘도세고 머리도 좋아서 곤충들의 신임을 얻었으나,
저번에 다른 곤충과 싸우다가 곤충을 죽이는 바람에 단번에 미움을 받게 되었다.
또한 친인파 출신이며, 매우 잔인해서 인기가 많지는 않다.
그래서 그가 나의 자리를 탐내는건 오히려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장수말벌님께서...오라하..하십니다. 대장님"
오랜만에 편하게 앉아서 쉬는데 왠 풍이 한마리가 말했다.
"어디서?"
"저기 탱자나무 아래로 오시랍니다."
"이 한밤중에?...알았다."
그리고 풍이를 따라 탱자나무 아래로 갔다.
그곳에는 장수말벌과...호랑나비가 있었다!
"호랑나비! ...네가 왜 여깄어? 저자식 친인파야.얼른와."
".,,,저 새끼 아는놈이야? 호랑?"
"아니요. 저새끼 모릅니다. 형님..."
"그러지? 맞지? 그럼 그렇지. 사랑스런 나의 부하가 저딴 왜래종에게 빠져있을리 없지."
"야..네가 어떻게? 어떻게 그러냐? "
"난 너따위 왜래종 몰라..."
그러나 호랑나비의 몸은 부들부들떨리고 있었다.
"그래서...나를 왜 이곳으로 불렀지?"
그러자 장수말벌은 벌떡일어서며 소리쳤다.
"야! 풍이, 넌 뒤지기 싫으면 꺼져."
"네넵!"
풍이는 벌벌 떨더니 붕하고 날아가 버렸다.
"어이..청띠.너만 없었어도 이 장수말벌님이 대장이었거든..알지?"
"니가 곤충 만 안죽였어도..."
퍽! 순간 나의 몸이 붕 떴다.
약간 빗나간것 같지만 뒤늦게 볼에 통증이 밀려들었다.
"새끼가...뒤질라고!"
그러더니 못을 나의 목에 가져다대며 협박했다.
"야..당장 대장권한을 나에게 넘겨..안그러면 너의 목이 어떻게될지..알지?"
순간 겁이 났다.
"호랑아...넌 네 친구잖아...어릴적에 탱자나무에 살던..."
"닥쳐! 난 너모른다 몇번을 말해!"
"이새끼..정신 나간것같은데...확 죽여버릴까...호랑. 너도 이생각 동의하지?"
"........."
"대답안해?"
".....죄송합니다...."
그때나는 방심한 장수말벌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러자 장수말벌은 바닥에 한번 나뒹굴었다.
"읔...날 쳐? ㅋㅋㅋ뒤져라 나비새끼!"
쫙!
"읔!"
난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됬다.
나의 가슴에는 못이 박혀있었다.
확 욕하고 싶었지만 말이 안나왔다.
입에서는 뜨거운 피만 흐르고 있었다.
이제 알았다. 난 죽어간다.
눈이 잘 안보인다...좀 흐릿하다.
흐릿한 눈에 뵈는것은...
그렇다. 호랑나비가 장수말벌에게 괴성을 쏟아내며 못으로 난도질을 하고 있다.
그리고는 못을 던져버리고 나에게 달려왔다.
"청띠야..내말들려? 청띠야..내가..미쳤어.
강해지고 싶어서..이딴 부하노릇을 했어.
난 모두에게 미안해..내가 때린 모든 곤충에게도....너에게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지만 여전히 말은 안나왔다.
어느새 눈에서는 뜨거운 물이 흐르고 있었다.
머릿속에 배추흰나비 생각이 났다. 제비나비도...애호랑나비도..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탱자껍질을 꺼냈다.
툭. 나의 손에 힘이 빠졌다.
"청띠야! 청띠야!"
눈앞에는 탱자옆에자라있는 민들레가 있었다.
서서히 없어진다....노란색은 없다. ...흑백밖에없다.
눈이감겼다.
내가 깨어날때는 피로물든 탱자무가 아니었다.
헉! 순간적으로 난 소리쳤다.
내가 알던 2057년이 아니다. 잔디가 푸르게 자라있고.
햇살은 따사롭다. 나무에는 나뭇잎에 왕성하고, 쓰레기는 하나도 없다.
난 천천히 걸어봤다. 발바닥의 감촉이 너무 좋다.
저기 앞에 친구들이있다!
내 여자친....흠흠 배추흰나비도 있고 제비나비도... 애호랑나비도..호랑나비도!
그리고 친구들은 날기 시작한다. 이럴수가. 나도 날고 있다.
저기앞에 탱자나무가 있다. 친구들과 함께 탱자나무로 날아가기 시작한다.
과거와 같이 나는데 오늘따라 날개에 부딪히는 바람이 더 시원했다.
The end
지금까지 인편을 휘날리며를 사랑해주신 충우 독자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