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향기
제 6화
빛이 새어들던 문이 닫혔다.
쾅.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집안에 침묵만이 감돌고 있었다.
화낼 힘도 없었다. 이유도 없었다.
다 내가 한 짓이니까.
힘없이 소파에 앉았다.
잘 정돈된줄만 알았던 소파에 먼지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다시 꿈을 이루겠다던 의지는 사라져 있었다.
공허함과 분노가 섞여 이상한 감정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곧바로 휴대폰을 켜 전화를 걸었다.
"관장님. 결과는 어떻게 됬나요?"
"........"
"관장님? 들리세요?"
"............"
"하아..."
관장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예선 탈락이다."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그럼 우리는 한번도 못이긴건가요?"
"아니......우리는 4명 다 이겼어."
"그럼 이긴거죠!"
읔...엌...
조금만 큰소리를 내도 온몸이 아파왔다.
"그런데 말이다............규칙을 어겼다는 구나."
"어떤 규칙이죠?"
"우리가 상대팀 앞에서 너무 기뻐했다고 실격이라네."
분노가 밀려왔다.
이건 유치원에 다니는 5살짜리 아이도 충분히 심판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런게 어딨어요!"
"심판이 아무래도 뇌물을 받은것같아. 우리도 이해가 안되는구나."
절망스러웠다.
내가 다치지않았어도 어차피 심판의 오심으로 떨어질게 분명할것 아닌가.
"잠깐 계세요. 제가 갈게요."
"아니야 안가도.."
뚝.
꼭 만나뵙고 싶었다.
이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한마음투곤도장"
그러나 안의 상황은 심각했다.
"왜이러 십니까!"
경찰둘이서 관장님을 협박하고 있었다.
"어이, 늙은이."
"누가 늙은이야!"
관장도 화가 나있었다.
"저기요, 곤충 잘못 찾아오신것 같은데, 우리 관장님은 살인범이 아니거든요?"
주변에 있던 수강생이 따졌다.
그리고 무전기로 보이는 기계로 무언가를 말하더니 말했다.
"당신을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
누군가가 경찰에게 나무를 던졌다.
"야! 우리관장님한테 떨어져! 경찰**들아! 어디가서 민중에 지팡이란말은 하지도 말아라!"
한 암컷 나비가 소리쳤다. 귀가 울릴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아앜..누구야!"
나도 화가 치밀었지만 몸이 너무 아파 견딜 수 없었다.
약을 먹는순간은 괜찮지만 그 다음은 더 아프다.
점점 정신이 다른곳으로 다는 기분이었다.
"여러분 진정하십시...."
"진정하긴 뭘 진정해!"
한 수강생이 말하자 주변에 있던 수강생들도 전부 몰려들어 경찰을 때렸다.
그러더니 경찰은 도망가 버렸다.
그중에는 제비도 있었다.
"와! 관장님 만세!"
한 곤충이 말했다.
"다들 이제 다시 훈련 해볼까?"
"네! 네! 옙!"
그리고는 아무일도 없었던듯 다시 훈련을 재게했다.
"오! 왔구나, 몸은 좀 어때,"
"좋아요."
그러나 관장은 못믿는 눈치였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테니 신경쓰지 말거라."
나 역시 믿을 수 가 없었다.
글러브를 훔쳐간 아이에게 혼낸다고 해놓고 그냥 보내주질 않나.
실수로 도장에 불을 낼뻔 했던 아이에게도 그냥 보내주었다.
결국 나는 다시 집에 갈 수 밖에 없었다.
집에 돌아오니 아무것도 없었다.
도장에 활기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조심스레 TV를 켰다.
"오늘 속보는, 일취월장으로 실력이 는 우리 자랑스런 극태선수들의 속보입니다."
"네! 이번에도 한마음투곤을 꺾고!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한마음투곤의 반칙으로 위기가 있었지만 우리 선수들 잘 이겨냈습니다!"
두 뉴스앵커가 하는말이 참 기가 막혔다.
너무 화가났다. 나에겐 희망이 더이상 없는것인가.
그러진 않을것이다. 곧장 집안구석지에 처박혀있던 줄넘기를 꺼냈다.
그러나 역시나였다. 줄넘기를 잡고 뛰려 하는데 가슴의 통증이 시작되었다.
너무 힘들었다. 죽을것만 같았다.
더이상 조금의 희망도 남지 않아있었다.
난 내가 너무 싫었다.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톱사가 용기내어 우리집앞에 찾아왔을때로 돌아갔으면.
세상이 미쳐돌아가고 있었다.
결국 난 결심했다.
천천히 주방으로 갔다. 아주 천천히.
숨이 잘 안쉬어졌다.
공기는 안들어오는데 숨은 쉬고 있었다.
화가 치밀어 왔다. 더이상은 못버틸것만 같았다.
조심히 3번째 서랍을 열었다.
가위 하나가 있고 냄비, 그리고 옆에는 식칼하나가 있었다.
이 고통을 끝내러 주방에 왔다. 식칼을 집어들었다.
식칼에서는 반짝거리는 빛이 났다.
그러나 던져버렸다.
너무 무서웠다.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미 결심했다.
조심히 식칼을 들고 내 방으로 갔다.
시끄러운 내속과는 다르게 집안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방에 의자에 앉았다.
마지막 방의 모습을 눈에 담고 싶었다.
그때였다.
책상에 노트 하나가 있었다.
손이 떨려서 노트하나 잡기도 힘들었다.
"나의 그림일기 1년 8반 왕사."
일기장이었다.
"1988년 3월 2일."
오늘 개학헸다. 친구들도 만나고 선생님도 만났다.
"1988년 4월 5일"
오늘 친구랑 싸웠다.
계가 먼저 때렸는데 선생님은 나만 혼냈다.
난 선생님이 싫어!
"1988년 4월 6일"
오늘은 내 생일이다.
어제 싸운애랑 화해했다.
계가나한테 미안하다고 헸다.
나도 좋았다.
"1988년 5월 8일"
오늘부터 투곤교실에 다니기로 했다.
너무 재밌었다.
아! 맞다. 그리고 톱사와 제비도 같이 다니기로 했다.
내가 제일 못했다.
난 언젠가 최강의 프로투곤선수가 될것이다.
"1988년 6월 7일"
오늘 투곤대회가 있었다.
근데 예선에서 탈락했다.
다음엔 꼭 이길거다. 그래서 최강이 될거다.
어쩌면 그때랑 지금이랑 똑같은가, 생각하니 웃음이 피식 났다.
그리고 한동안 일기가 없더니
12월의 일기가 써있었다.
"1988년 12월 30일"
오늘 종업했다.
친구들이 다 울었다.
근데 난 안울었다.
난 2학년때도 꼭 투곤교실에 신청할거다.
자나깨나 투곤생각밖에 없었다.
그리고 일기는 거기서 끝이었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감정은 고조되고 있었다.
눈꺼풀이 점점 흔들렸다.
어느새 볼에는 눈물한방울이 맺혀있었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결국 난 깨달았다.
손에 쥐고있던 칼을 주변에 상자에 넣어
깊숙한 곳에 넣었다.
단 더이상 바람일 이유가 없다.
주변에 맞추어 마냥 흘러다닐순 없다.
더이상 극태에게 당할 수는 없단 말이다.
난 바닥에 떨어진 펜을 주웠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점점 일기장이 젖고 있었다.
그만큼 기뻤다.
그리고 일기장에 일기를 썼다.
"1995년 8월 6일"
이 일기를 본건 나의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
주변의 흐름에 떠맞기던 바람에서 벗어나는데 좋은 계기였다.
어릴적 꿈을 잊은줄만 알았었다.
그러나 아니였다.
난 아직도, 최강의 투곤선수를 꿈꾸던 1988년의 소원을
아직, 꿈꾸고 있나 보다.
to be conden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