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의 유래>
종소명 'sedakovii'는 이 종을 채집한 러시아 사람 세다코비(Sedakovi)의 이름이며, 아종소명 'obscura'는 '애매모호한'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영국의 저명한 곤충학자 프란시스 워커(Walker, F.)가 최초로 발표한 한국산 메뚜기목 중 하나입니다.
벨처 함장(Captain Belcher)이 한국 해밀턴항(지금의 거문도)에서 채집한 표본은 지금도 대영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과거에는 일본산 'Gampsocleis buergeri (de Haan)'로 잘못 알려졌으며, 우리나라 여치가 이 학명으로 오동정되어 '북방여치'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일본 본토의 여치는 왜여치 G. buergeri, 동방왜여치 G. mikado, 긴날개여치 G. ussuriensis 3종이 알려져 있습니다. 모두 생김새가 우리나라 여치 G. sedakovii와 약간씩 다르며 울음소리도 다릅니다.)
몸길이는 30~36mm이고 머리부터 날개 끝까지의 길이는 32~44mm입니다. 녹색형, 갈색형이 있는데 간혹 둘의 혼합색이나 짙은 갈색의 개체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햇볕이 잘 드는 산지 가장자리나 덤불, 구릉 지대, 칡잎이 많은 곳, 초본과 관목이 빽빽한 개활지나 초지를 선호하며 근연종 긴날개여치(Gampsocleis ussuriensis)와는 달리 억새밭에는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산림이나 숲보다는 초지나 개활지를 선호합니다.
긴날개여치와 비슷하지만 몸의 폭이 넓고 날개는 긴날개여치보다 짧은 편이며, 중실에 검은 점무늬가 발달합니다.
(날개의 폭은 개체 또는 지역의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자세히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앞날개는 보통 뒷다리 종아리마디를 못 넘으나, 종종 날개가 복부 끝을 살짝 더 넘는 장시형 개체가 출현하기도 합니다.
암컷의 경우 산란관의 길이가 긴날개여치보다 짧습니다.
긴날개여치가 '찍! 기-익' 또는 '쓰이익-' 하는 높고 짧은 끌음 소리를 내는 반면에
여치는 '쩍!' 소리를 내며 앞날개를 열었다 닫아 마찰하고, 뒤이어 날개를 비벼 '찌르르르르르....'하는 굵고 연속적인 떨림 울음소리를 냅니다.
여치가 소리를 내는 구절의 시간은 긴날개여치가 소리를 내는 구절의 시간보다 더 깁니다.
알은 약간 노르스름하며 길쭉한 타원형입니다. 알에서 태어난 애벌레는 초식을 하다가 성장하면서 육식 성향이 강해집니다.
채식을 하는 애벌레는 주로 꽃가루, 새싹, 연한 풀잎을 먹고, 육식을 하는 경우 주로 자기보다 작은 벌레를 잡아먹습니다.
앞다리, 가웃뎃다리의 종아리마디에는 가시가 나 있어 먹잇감을 붙잡는 데 유용하게 쓰이며, 앞다리 종아리마디 안쪽의 고막은 소리를 듣는 역할을 합니다.
성충은 6~9월에 나타나며 애벌레는 3~5월에 나타납니다.
한국에서 처음 기록되었고, 중국 동북부, 일본(대마도), 극동러시아에도 분포합니다.
중국 북부와 극동러시아에는 날개가 더 긴 원명아종 G. s. sedakovii가 분포합니다.
우리나라 경기도 북부, 강원도 산간 지방, 내륙 남부 지방 일부, 제주도에 분포하여 분포 양상은 극히 지역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여치의 서식지가 급속하게 변화하고 사라져서 수가 많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여치는 적응력이 높은 편은 아닙니다.
-References
1. Fischer von Waldheim. 1846. Nouv. mem. Soc. Imp. natur. Moscou 8:i-iv, 1–443, pls 1–37
2. Walker, F. 1869. Catalogue of the Specimens of Dermaptera Saltatoria in the Collection of the British Museum 2:21
3. 김정환. 1998. 한국의 잠자리 메뚜기 도감. 교학사.
4. Kim, T-W and Kim, J-I. 2001. Taxonomic Review of Korean Tettigoniinae. Korean Journal of Entomology Vol. 31, No. 2. pp. 91~100.
5. 김종규, 김정부, 윤철호, 송유한. 2007. 남부지방에 있어서 여치(Gampsocreis buergeri)의 생활사에 관한 연구. 2007년도 한국응용곤충학회 추계 학술발표회, 44p.
6. Kim, T-W & Kim, J-I. 2007. Taxonomic Review of Korean Orthoptera.
7. 김태우. 2010. 한국 자생생물 소리도감. 한국의 여치 소리. 일공육사.
8. 김태우. 2013. 메뚜기 생태도감. 지오북.
9. 안능호, 전미정, 서홍렬, 김기경, 박선재, 한상훈, 2013. 국가 생물종 목록집「곤충」(북한지역 곤충). 국립생물자원관, 인천, xvi + 386pp.
10. Storozhenko, Kim and Jeon. 2015. Monograph of Korean Orthoptera. 국립생물자원관(NIBR) 출판부
오류를 수정합니다.
Walker의 여치 표본은 거문도에서 채집되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워커에게 여치 표본을 전달한 벨처 함장(E. Belcher)은 1845년 H.M.S. Samarang호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하여 20일간 측량과 탐사를 진행. 반면 거문도에 머무른 기간은 4일
2. 벨처와 동행한 의사이자 동물학자인 애덤스(A. Adams)가 채집한 곤충 중 제주홍단딱정벌레가 신종 발표되며 제주홍단딱정벌레는
제주도에만 출현
3. 워커가 한국산이라고 보고한 메뚜기 중 대부분은 남중국 또는 동남아산이 섞여 있으므로 정확한 원산지를 알기 어려움
4. 제주도에 이미 여치가 서식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