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넙죽아빠 김정훈입니다. (닉넴으로 오늘부터 사용하기로...)
넙죽이는 저희집 종충이자 첫 반려곤충입니다.
곤충을 별로 안 좋아하는 저희 부부에게 많은 걸 주고 떠난 고마운 곤충입니다.
원래는 넙죽이와 함께한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모아 시리즈형식으로 연재에 올릴 예정이었으나,
바쁜 직장생활로 여의치가 않아 넙죽2세들의 이야기를 틈틈히 올리게 되었습니다. (언젠가는 올리겠습니다)
사설이 길어서 죄송하며, 본문도 매우 긴 편이니 시간 되실 때 천천히 읽어주세요.
※ 전 전문 브리더가 아니며, 곤충사육시작한지 1년4개월밖에 안 된 초보입니다.
때문에 이 글에 나오는 이야기는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며, 일반상식과 상반 된 사실이 있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잘못 된 상식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본문은 사육일기이다보니 평어체로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10월 16일
지난 10월10일 용화한 7번째 수컷 "뚱이"의 번방이 너무 작게 만들어졌음을 와이프가 13일에 발견.
이틀간의 회의(?)끝에 저대로 놔두면 100% 우화부전 일어날 것이라 판단, 긴급히 꺼내기로 결정됨.
특히, 번데기시 주기적으로 돌아서 눕는 다른 형제들과 달리 뚱이는 돌아 눕지 못하고 좁은 공간속에서
꼬리를 "바르르"떠는 모습이 목격되어 우리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었다.
비슷한 시기에 용화한 6번째 수컷 "광년이"의 번방과 확연히 비교되는 모습이다.
뚱이는 3령애벌레때부터 게으른 편이었지만 설마 번방도 귀찮아서 자기 몸 주위만 작게 만드리라곤 생각치 못했다.
(게으르다고 판단한 건 식흔이나 먹방 만들때 많이 움직이지 않고 한 자리에서 먹기만했던 녀석이라 그리 생각함)
둥이를 꺼내기 전에 인공번방부터 만들기로 함
오아시스가 아닌 톱밥과 티슈를 이용한 방법을 씀 (충우 회원연재 참조)
물을 뿌려 적정량의 수분(손에 쥐면 물이 안 나오고 뭉쳐있는정도)을 맞춤
수저로 타원형의 모양을 만듦
꾹꾹 눌러서 마무리
티슈 4~5장에 물을 뿌려 덮는다
뚱이의 유충통 톱밥을 제거
용화 6일차에 접어든 뚱이가 살포시 모습을 드러낸다
역시, 번방크기가 너무 작아 여유가 없고 머리부분이 지나치게 꺾여있다.
'불쌍한 뚱이, 저 좁은곳에서 6일동안 옴싹달싹 못하고 힘들어 꼬리만 바르르 떨고 있었다니...'
가슴이 아프다...
번방을 조금 더 허물어 넓혀주니 이제서야 몸을 틀었다.
조심스레 인공번방으로 옮겨준다.
참으로 순한 녀석이다.
다른 녀석들은 조금만 밝아지거나 충격이 가도 꿈틀꿈틀 발악을 하는데, 이 녀석은 얌전하다.
잠시 놔뒀더니 몸을 틀고, 머리를 폈다.
이제서야 편해보이는 표정이다 (물론 표정이 있을리 없지만 우리 부부에겐 그렇게 보였다)
'엄마,아빠!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뚱이가 만든 번방. 작아도 너무 작다. 암컷들도 이 정도로는 만든다.
작은 대신 번방의 강도나 색은 확실히 진하다.
작은 면적에 똥을 겹겹히 바른 듯 하다.
갑자기 우화 '아기돼지 3형제' 생각이 났다.
첫째는 집을 어떻게 지었고...둘째는... (이야기가 잠시 삼천포로 빠졌다 -_-;;;)
잡벌레방지 & 통풍 & 암막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와이프의 폐티셔츠를 덥어 준다.
살아생전 넙죽이(종충)가 가장 선호했던 케이스덮개이다.
10월 31일 - 용화 21일차/ 인공번방 옮긴지 15일차
약간 노르스름해지고 눈과 뿔의 내부형태가 자리잡았다.
11월 3일 - 용화 24일차/ 인공번방 옮긴지 18일차
우화직전인듯하다. 머리와 눈은 물론, 다리부절 및 가시돌기까지 형태를 잡았다.
11월 4일 오전 7시 - 용화 25일차/ 인공번방 옮긴지 19일차 <우화!>
이날 4시부터 시작 된 우화로 허물은 거의 벗었고 머리가 펴지길 기다리고 있다.
우리 부부는 잠도 못 자고 뚱이가 무우화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카메라 플래쉬나 형광등 불빛으로 혹여나 잘못될까 하는 마음에 우화과정을 촬영하지는 못하였다.
11월 4일 정오 - 머리를 펴고 속날개를 어느정도 수납했다
몸을 뒤집기위해 벽을 잡고 바둥거리고 있다.
11월 4일 오후 1시 - 몸을 뒵집었다. 배를 말리기 위함인듯하다.
다른 형제들과 달리 왼쪽 촉각곤봉부와 턱 앞부분의 허물이 완벽하게 안 벗겨졌다.
핀셋으로 조심스레 제거해줬다.
11월 4일 오후 1시 - 핀셋으로 일부 허물을 제거한 흔적
안정적인 휴식기를 취하도록 수피를 덮어준다.
11월 4일 오후 1시
수분증발을 막기 위한 구멍 퐁퐁 비닐까지 덮고, 그 후 폐티셔츠로 암막처리
11월 5일 오후 8시 - 우화 2일차
여전히 뒤집은채로 배를 말리고 있다.
오래 뒤집혀져 있으면 죽는다는 글을 곤* QnA 답변에서 본듯하여 살짝 만져보니 다리를 꿈틀거린다.
걱정되는 맘에 한 번더 만지니 고개를 살짝 들며 '아빠, 저 살아있어요~'라고 말하는 듯 더듬이를 까딱거린다.
힘겹게 이어 온 뚱이의 생명력을 믿고, 조심스레 비닐을 다시 덮어주었다.
11월 7일 - 우화 4일차
꼬리부분 속날개가 수납 안 된것을 제외하고 짙은 갈색으로 몸이 거의 말랐다.
자세히 보면 꼬리부분이 살짝 벌려져있다. (우화부전1)
11월 7일 - 우화 4일차
또한, 머리와 가슴부분이 일자가 아니고 살짝 꺾여져 있다. (우호부전2)
생명에 큰 지장이 없어야할텐데...우리 탓인것만 같아 하루종일 우울했다.
눈망울이 자식들 중 가장 아빠를 닮아 있어 넙죽이가 자꾸 생각났다.
이때, 와이프가 해준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여보, 동물이나 곤충은 자기가 죽을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데.
우리 뚱이도 3령때 자기가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일부러 번방을 작게 만든 건지도 몰라.
어쩌피 죽을거니까... 그래도 우리가 우화라도 할 수 있게 노력 많이 했잖아.
얘는 새생명을 받은 거니까 가는 날까지 우리가 잘 키우자"
'그래, 우화부전 좀 있으면 어떠랴... 아빠가 가는 날까지 정성스레 키워줄께...'다짐을 해본다.
11월 7일 - 우화 4일차
먼저 우화한 형, 누나들이 있는 사육케이스로 집을 옮긴다.
(사육케이스제작기 : http://www.stagbeetles.com/bbs/board.php?bo_table=webzine_breed&wr_id=181757&page=2 )
60% 수분이 적절히 들어간 발효톱밥
20%의 입자가 굵은 굴참나무 생톱밥
20%의 입자가 곱고 향이 좋은 신갈나무 생톱밥
소량의 후지콘社 진드기파우더를 잘 섞은 특제(?) 톱밥위에 조심스레 뚱이를 뉘인다.
천연 가습/공기청정제인 큼직한 백탄도 함께 넣어주었다.
22일동안 뚱이의 인큐베이터 역활을 했던 고마운 인공번방...
11월 12일 - 우화 9일차
우화부전 증상이였던 꺾였던 머리가 살짝 펴졌다.
머리를 꼿꼿이 세우지는 못하지만 이만해도 참 다행이다.
형제들에 비해 참 순한 녀석이다. 유충일때도 그렇더니 엄마아빠를 향해 뿔(유충때는 이빨)한번 벌린 적이 없다.
11월 20일 - 우화 17일차
여전히 휴식기 중이다.
뒤에 6번째 "광년이"(2번째 사진의 유충이다)가 이제 막 휴식기를 끝내고 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11월 25일 - 우화 22일차
지난 11일, 25마리 2세들 중 막내 "빼꼼이"까지 주인공 뚱이를 제외하고 모두 무우하였다.
종충(수:71, 암:39)중 가장 크게 태어난 우리 뚱이.
고개가 꺾이고 사진일부가 잘렸으나 약 75mm 정도이다.
덩치도 제일 큰 놈이 번방을 제일 작게 만들었다니... 이 덩치값도 못하는 넘아!
어서 휴식기 끝내고 젤리 먹자~ (본문내용 끝)
보너스샷. 저희집 넓사들은 거의 와이프가 키운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달력에 꼼꼼히 체크하는 것도 와이프의 몫.
처음에 벌레를 끔찍히도 싫어하고, 만지지도 못하던 사람이 넙죽이로 인하여 변화한 모습을 보면
사슴벌레에겐 곤충 그 이상의 무엇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상,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