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황금연휴를 맞이해서 친한 형인 박님과 남부지방으로 채집을 다녀왔다. 원래는 올롤랄룰님이랑 꽃돌님까지 4인팟으로 제주도 채집을 기획하였었으나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 관계로 무산되어서 아쉬웠던 참에 박님께서 남부지방으로 채집을 가자고 해서 정말 반가웠다. 오로지 채집만을 목적으로 먼 곳까지 여행가보기는 성인이 된 이후로 처음인듯해서 더 설레고 긴장되었던 것 같다.
이번 채집의 목표종은 털보왕사슴벌레, 꼬마넓적사슴벌레, 사슴풍뎅이였는데 사실 털보왕사슴벌레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예전부터 꼭 채집해보고 싶었던 꼬마넓적사슴벌레나 실컷 보고오고 싶다는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슴풍뎅이는 아직 야생에서 다수를 한 번에 본 적이 없기에 사슴풍뎅이 73마리~182마리정도가 다부지게 모여있는 장관을 만나보고 싶었지만 정말 아쉽게도 사슴풍뎅이는 관찰할 수 없었다.
채집일정은 5월4일인 목요일 밤에 기차 막차를 타고 내려가서 금요일에는 털보왕사슴벌레 위주로, 토요일에는 꼬마넓적사슴벌레를 위주로 채집을 하고 토요일 밤에 기차 막차를 타고 복귀하는 식으로 1박 2일의 일정으로 잡았고, 수원역에서 목포역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목포역에서 자동차를 렌트한 후 박님이 봐두신 채집지를 여기저기 수색해볼 계획을 세웠다.
드디어 대망의 목요일 수업을 마치고 한국어도우미 봉사활동을 마친 후 박님 집에 가서 제주도산 꼬마넓적사슴벌레 대형과 니기디우스 등을 구경하고 박님이 손수 만들어주신 볶음밥을 저녁으로 섭취 후 기차 탑승을 위해 수원역으로 갔다.
박님이 보여주신 제주도산 꼬마넓적사슴벌레 대형 수컷 드디어 국산애거스 생체를 관찰해봤다. 내치가 정말 가관이다. 이번 채집 제발 승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타고갈 무궁화호 기차 기차는 굉장히 오랜만에 타본다. 아침부터의 일정히 굉장히 빡빡하기에 기차에서 숙면을 취하고 싶었지만, 기차도 덜컹거리면서 시끄럽고 옆자리에 앉은 여성분이 계속 뒤척이면서 왔다갔다하셔서 숙면은 취하지 못하고 한시간정도 새우잠을 취할 수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목포역 새벽이라 그런지 스산하다. 낯선 풍경과 낯선 사투리때문에 더욱 낯설게 느껴진다. 우선 근처에 24시간 영업하는 식당에가서 주린 배를 채웠다.
내가 시킨 육개장라면과 불갈비김밥이랑 박님이 시킨 해물볶음우동과 불갈비김밥 배가 고파서 그런지 맛있게 먹었다.(배가라고 하니 O정이 많으신 베가님이 떠오른다.)
해가 뜬 목포역 렌트카 회사 오픈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는데 아직 렌트가 확정된 상태가 아니었기에 박님과 뜬눈으로 발을 동동굴리며 기다렸다.
며칠 전 렌트카업체 십수개에 전화를 걸었지만 대부분 예약이 꽉차있다는 말뿐이었고 그나마 차가 남아있는 업체들도 예약을 해줄 수 없고 당일에 가봐야 안다는 주먹구구식 말뿐이었기에 혹시나 차를 구하지 못할까봐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차를 렌트했다! 준중형급을 렌트하고 싶었지만 준중형급은 매진이기에 나름 다부진 체형을 가지고 있는 중형급의 yf소나타를 렌트할 수 있었다.
렌트카 회사 사장님은 기스 많아서 체크 안할테니 사고내서 어디 찌그러뜨리지만 말라고 쿨하게 말씀하셨지만 이런 민세 렌트업체는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모르기에 차를 한바퀴 돌면서 동영상 촬영을 하고, 에반님께서 가르쳐주신대로 브레이크 유격현상도 꼼꼼하게 체크하고 출발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박님이 봐두신 포인트의 도입부 성급한 마음에 사진을 못찍었지만 나무들의 수령이 굉장했다. 대한민국의 자연환경이 아닌 동남아 지역의 정글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주도 외에도 이런데가 있다는게 놀라웠다.
우리는 시간이 많은게 아니기에 조금 해체해보고 아니다 싶은 나무는 빠르게 포기하고 이동했다.
박님이 처음으로 채집한 애사슴벌레추정의 유충
박님이 처음으로 채집한 애사슴벌레 성충 암컷
어딜가든 나오는 거저리류 유충
굉장히 다부진 팽나무 고목 밑부분은 장수풍뎅이 유충들이 굉장히 많아보였고 실제로도 몇마리 발견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발견한 유충 애사슴벌레 아니면 다우리아사슴벌레 추정이다.(어쩌면 털보왕사슴벌레일수도..ㅎ)
그 후로도 작고 독특한 체형의 사슴벌레 유충들이 채집되었다.
정체불명의 사슴벌레 유충1
정체불명의 사슴벌레 유충1
정체불명의 사슴벌레 유충2
정체불명의 사슴벌레 유충2
정체불명의 사슴벌레 유충3
내가 정체불명의 작은사슴벌레 유충에 집중하는 사이 박님은 멀리가시더니 다수의 넓적사슴벌레유충과 동양달팽이를 채집했다.
특히 가장 우측의 넓적사슴벌레 유충은 상당히 무거워보였고, 동양달팽이도 실물을 처음보는데 굉장히 크고 다부진 껍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굉장히 큰 팽나무 고목이 쓰러져있는 것을 발견했고 거기서도 위에서 발견했던 유충과 유사한 정체불명의 사슴벌레 유충이 발견되었다.
박님은 성충은 나오지않고 시간이 촉박했기에 마음이 다급해졌는지 그 나무를 포기하고 다른데로 가자고 했지만 나는 그 나무에서 뭔가 촉이왔다. 다른 분들의 털보왕사슴벌레 채집기에 등장하는 사진속의 나무와 상태가 비슷해보였고 여태껏 본 적이 없는 형태의 작은 사이즈의 사슴벌레류 유충이 계속 발견되었기에 이 나무를 계속 해체해보자고 고집을 부려봤다.
박님은 다소 못마땅한 듯 해보였지만 내 의견을 존중해줬고 그렇게 도끼질을 계속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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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하니 털보왕사슴벌레 수컷을 채집하는데 성공했다!!!
처음에는 털보왕사슴벌레 나왔다기에 평소 채집때 서로 비슷한 장난을 많이치기에 장난인줄 알았지만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박님의 표정이 평소와 달랐다.
털보왕사슴벌레의 실물자체를 처음보는데 생각보다 커보였다. 알고봤더니 종내에서도 상당히 대형사이즈였다.
박님이 채집하신 털보왕사슴벌레 수컷 성충을 손바닥 위에 올려보았다.
박님과 굉장한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주고받고 나도 빨리 한 건 하고싶다는 생각에 열심히 도끼질을 하던 와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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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도 발견했다. 박님이 채집하신 녀석보다는 사이즈가 작지만 그래도 사육산 개체들보다는 커보였고, 무었보다 와일드 털보왕사슴벌레인데 털보 is 뭔들...
내가 채집한 굉장히 앙증맞은 털보왕사슴벌레 수컷 성충
핸드폰을 바꾼지 얼마 안됐는데 원래는 LG폰을 오래쓰다가 갑자기 삼성폰을 쓰려니 카메라 다루는게 어색하고 또 과도한 도끼질의 후유증으로 인해 멋진 사진을 남기지 못해서 굉장히 아쉬운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