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우에 글을 쓴지가 벌써 한 3년이 되었네요. 그간 충우에는 거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충우에 가장 마지막에 썼던 것이 캐나다에서의 길앞잡이 채집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 3년 간, 한국에 중간에 귀국해 1년 반동안 학교를 마저 졸업하고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잠시 계약직으로 일을 했다가, 제작년(2016년) 말에 완전히 캐나다 British Columbia 주 로 이민을 와 있는 상태입니다.
그전까지는 이따금씩 간간히 딱정벌레나 길앞잡이 채집을 해서 표본 교환을 하는 식으로 지내다가 근 1년간은 채집을 거의 나가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던 중 봄이 완연해지고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가 오고 길앞잡이의 시즌이 다가오자, 더이상 지체하면 사슴벌레의 채집은 어려워지겠구나 싶어서
올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사슴벌레 채집을 나가기로 했습니다.(이곳에서의 사슴벌레는 주로 도끼 채집인지라 한여름에는 고온과 잎이 무성해져서 채집이 어려워집니다.)
이번 채집은 언제나 그랬듯 Chilliwack 시의 강변인 Vedder River Rotary Trail에서 진행했습니다.
공원 산책로를 조성하느라 벌목되어 쓰러진 큰 나무의 썩어있는 삭정이 부분에서 사슴벌레류의 산란 자국을 발견하고 해체에 들어갔습니다.
Chilliwack에서는 비단사슴벌레(Platycerus oregonensis), 루고스사슴벌레(장수사슴벌레. Sinodendron rugosom), 케르쿠스꼬마사슴벌레(Ceruchus striatus) 이렇게 3종을 찾아볼 수 있으며, 그중 비단사슴벌레와 루고스사슴벌레(장수사슴벌레)는 썩은 활엽수에 서식합니다.
나무를 파기 시작하자 이런 번데기가 나왔습니다. 무슨 종류의 번데기일까요? 맞추시는 분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릴수도?
몇번 더 도끼질을 하자 드디어 사슴벌레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루고스사슴벌레 암컷 두마리입니다.
이번에도 1타 2피로 루고스사슴벌레 암컷 두마리가 나타납니다.
암컷만 계속 나오다가 드디어 루고스사슴벌레 대형 수컷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장수사슴벌레라는 별명에 걸맞게 사슴벌레류의 통상적인 큰턱이 아닌 남방장수풍뎅이류를 연상시키는 외모의 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다른 루고스사슴벌레 대형 수컷
이것은 루고스사슴벌레의 유충입니다.
여러 사슴벌레 중 유독 이질적인 성충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유충 역시 이질적인 체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몸의 기부는 비교적 굵은 대신 마치 새우를 연상시키는 가늘고 길게 구부러진 체형이 이질적입니다.
루고스사슴벌레 중간급 수컷
또다른 나무를 부수던 중 흰개미의 군체를 발견했고, 그 속에 있던 흰개미의 병정개미들을 채집했습니다.
이 흰개미는 북미 대륙에서 흔히 볼수 있는 Pacific dampwood termite (Zootermopsis angusticollis) 입니다.
큰 머리와 큰턱이 인상적입니다.
사실 루고스사슴벌레보다도 더 찾고 있던것은 비단사슴벌레(Platycerus oregonensis) 였습니다.
몇번의 도끼질 끝에 드디어 비단사슴벌레 암컷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비단사슴벌레 암컷. 한국의 홍원표비단사슴벌레와 같은 속에 있어 외형도 매우 비슷해 보입니다.
드디어 매우 찾고 있었던 대형 비단사슴벌레 수컷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대형 수컷은 다우리아사슴벌레를 연상케 하는 위로 구부러진 큰턱을 갖고 있습니다.
차이점은 다우리아사슴벌레의 큰턱은 위에서 보면 곧은 형태지만 이 비단사슴벌레의 큰턱은 위에서 보면 둥글게 휘어지며 위로 굽어 있습니다.
비단사슴벌레 암컷.
비단사슴벌레의 경우 수컷보다 암컷이 월등히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 보통 1대 3 정도의 비율로 채집되더군요.
루고스사슴벌레는 암수가 거의 비등하거나 수컷이 더 많이 채집되는것에 비하면 비단사슴벌레는 제 동네에서는 멋진 수컷들을 채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비단사슴벌레 암컷
간만에 비단사슴벌레 중형 수컷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루고스사슴벌레 대형 수컷도 나타납니다.
두 종은 같은 생활권을 공유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다만 비단사슴벌레는 더 많이 썩은 부드러운 나무를 선호하고 장수사슴벌레는 비교적 딱딱하고 건조한 나무에서도 볼수 있었습니다.
비단사슴벌레의 유충들.
일반적인 비단사슴벌레류의 유충처럼 생겼습니다. 아쉽게도 유충의 사육은 할수 없는 환경이라, 나무부스러기를 쌓아놓은 곳에 다시 놓아주었습니다.
루고스사슴벌레의 암컷과 비단사슴벌레의 유충
그 옆 나무의 나무껍질을 벗기자 바로 나타난 비단사슴벌레 암컷 2마리.
기분이 정말 좋아지는 순간입니다.
나무껍질을 벗기자마자 나타난 2마리 성충에 고무되어 그 2m 가량의 나무를 전부 부숴보기로 했습니다.
부수자마자 루고스사슴벌레 대형 수컷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루고스사슴벌레 중형 수컷.
시작은 비단사슴벌레가 장식했으나 부술수록 루고스사슴벌레들이 주로 나왔습니다.
루고스사슴벌레 소형 수컷
루고스사슴벌레 대형 수컷과 유충
루고스사슴벌레 한쌍.
남방장수풍뎅이류를 연상시키는 이질적인 외모가 특징입니다.
루고스사슴벌레 대형 수컷이 계속해서 채집됩니다.
루고스 수컷과 유충이 한꺼번에 발견된건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계속 루고스사슴벌레만 나오다 드디어 비단사슴벌레 암컷이 나타납니다.
아슬아슬하게 세이프...하마터면 또다른 비단사슴벌레 암컷을 도끼로 찍어버릴뻔 했습니다.
사진으로 일일히 찍지 않았지만 이번 채집 동안 도합 10마리에 가까운 유충과 성충들을 찍어버린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비단사슴벌레 한쌍.
마지막 나무에서의 비단사슴벌레는 수컷 4마리 암컷 6마리가 채집되었습니다.
어느덧 어두워지기 시작해 집으로 돌아갑니다.
루고스사슴벌레는 많이 채집했고, 비단사슴벌레도 수컷이 비교적 적긴 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채집했기에 미련없이 사슴벌레의 채집을 올해는 끝내기로 하고,
길앞잡이나 다른 딱정벌레류의 시즌을 맞이하기로 합니다.
채집한 루고스사슴벌레 수컷들
채집한 루고스사슴벌레 암컷들
채집된 루고스사슴벌레는 어림잡아도 20쌍정도 될 것 같습니다. 좋네요.
채집된 비단사슴벌레 수컷들
이상입니다.
이번에 캐나다에 머문지는 한 1년 5개월가량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또다시 현지 대학교에도 진학을 준비하고, 이민 이후 진로를 재설정하기 위한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이번에 겨우 밴쿠버의 2년제 전문대학에 들어가게 되어, 올해 9월부터 밴쿠버 근교로 이사해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올해 9월 이후부터는 채집같은건 어렵게 되겠지요.
그 전에 아마 한달 후인 6월부터 7월 중순까지 그리운 한국을 방문해 여기저기 채집도 나가보고 관광도 해보고 싶은 생각입니다.
그럼 충우 여러분도 즐거운 곤충시즌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