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다시 도끼질... 이번엔 확실히 수컷으로 추정되는 식흔이 나타났다.
이 식흔을 조심히 쫒아가던중 좌우 뒤틀기기술의 필요가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다. 결국엔
나무도끼에 운명을 맞긴채 좌우비틀기 기술을 사용하였다. 다행이 썪은 나무가 그리 단단하지 않아 나무를 가를수가 있었다.
그리고 나무가 갈라짐과 동시에 원하던 녀석의 모습이 들어났다.
기분좋게 이녀석을 추가한후 다시 도끼질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는 얼마지나지 않아 또 구멍속에 수컷의 모습이 보였다.
아~ 이게 얼마많의 기쁨인지 모르겠다.
이쯤돼니 오늘하루 잘풀리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왕사슴채집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산치고 사이즈들도 봐줄만했다.
이제 나무가 슬슬 줄어들고 있을즈음 좌우를반으로 갈랐던 나무를 이번엔 중간을 반토막으로
부러트렸다. 그순간 구멍이하나 나타나면서 또 녀석의 뿔이 튀어나왔다.
정말 채집이 술술 잘풀리고 있었다.
더군다나 잠시 여유를 갖고 주위를 보니 또 썪은나무가 보인다.
일단 쪼개던 나무를 더 쪼개어 암컷성충과 유충몇마리를 얻을수 있었다.
그리고 잔덩어리들은 과감히 버리고 눈에 아른거리던 옆의 나무로 옮겼다.
그 나무 근처로 가보니 이게 왠일...
바로 옆에 상당히 큰 나무 기둥이 눈에 들어 왔다.
사진상으론 그다지 커보이지 않지만 성인팔둘레 정도는 되는 나무였다.
바로 도끼질에 들어가니 1~2령 유충들이 다수 나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끝부분만 썪고 중간은 아직덜썪어 있었다.
끝부분에서 3령몇마리가 더 나왔지만 성충을 뽑기엔 무리가 있어보여 그만두고
옆에 아까 보았던 그나무를 다시 타겟으로 삼았다.
옆의 나무를 도끼로 쳐보니 정말 부수기 쉽게 잘썪어 있었다.
더군다나 왕이 좋아하는 뽀얀 목질로 썪어있어 기대가 컸다.
역시 식흔이 나왔다.
그런데 식흔이 죄다 말라있다.
아니나 다를까 빈번데기방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작년이나 제작년이 이나무의 전성기였는듯...
여기저기 비어있는 번데기방들이 나왔다 대충 6~7개 빈방을 본후 이번엔 번데기방속의
3령 유충이 나와주었다.
아쉽지만 이녀석을 끝으로 이나무는 더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후 좀더 주변을 둘러봤지만 나무는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결국 차를 다고 다시 장소를 옮겼다.
이번엔 길옆에 참나무숲이 보이길래 무턱대고 들어가봤다.
숲은 어느정도 규모가 있었으나 쓰러져 죽은 나무는 보이지 않았다.
한 30여분을 발품팔아 돌아다니던중
아래쪽에 썪은 나무기둥이 보였다.
멀리서 봐도 있어보이는 나무였다. 슬슬 다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듯 싶었으나
그 나무에 다달았을땐 머릿속에 빈혈기가 맴돌고 있었다.
이미 어떤 매니아들이 손을 보고 간뒤였다.
나무를 살펴보니 식흔과 성충을 꺼내갔을것으로 추정되는 번데기방들이 여럿 보였다.
그리고 그주변에 이런 기둥이 2개나 더있었음이 나를 더욱 아쉽게 만들었다.
다행이 이기둥은 아직 온전한듯 했으나 식흔이 나오질 않았고
맨처음 많이 파손된 나무를 재활용해 다시 부수어 보니 성충한마리가 나타나 주었다.
이 재활용나무를 완전히 분리수거했음에도 불구하고 더이상의 벌레는 볼수 없었고
시간은 흘러 오후 12시 3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이쯤해서 오전채집을 접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뒤 불타는 의지로 오후채집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오전은 어느정도 조과가 만족스러워 기분이 좋은상태였다.
하지막 악몽은 지금부터 시작될것임을 나는 알지 못했다.
나는 다른 숲을 찾아다니면서 페르페르님께 말했다.
"너는 충복이 좀 있는 편이구나.. 너를 데려오길 잘했어 하!하~!"
하지만 이것은 나의 섣부른 판단이었음을 나중에 알게되었다.
아무것도 모른 나는 적당한 숲을 또 발견했다.
페르페르님에게 "자 또 나가보자" 라고 하였으나 이미 페르페르님은 정신을 꿈나라로
보내놓은 상태였다.
"그래... 여기까지 데리고 온것도 미안한데 피곤한데 자라..."
하는수 없이 혼자서 도끼를 들고 숲을 돌아다녔다.
숲에 들어서자마자 뽑혀있는 밑둥이 있었다.
기대와 달리 이나무에선 애사슴유충 한마리가 고작이었다.
그리고 썪은나무도 이것이 고작이었다.
결국 숲에서 나와 건너편으로 이동했다.
마침 산 기슭에 일하고 계시던 아저씨게 이 숲에 쓰러진 참나무같은거 없냐고 여쭤보자
그런건 없다며 뭐할라고 하냐 물어보시길래 사슴벌레좀 찾고 있다며
생태사진을 찍기위해서라고 말씀드리자
집뒤쪽에가면 버섯폐목있으니까 그거 한번 부숴보라며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버섯폐목?? 이게 웬일이야.. 횡재했군 흐~흐~"
아저씨의 말씀을 따라 집 뒤편으로 들어가니 산비탈에 눈에띄는 밑둥하나가 보였다.
구름버섯이 아주 환상적으로 피어있었다.
살짝 부숴보니 뽀얗게 잘 썪어있었으나 아무런 식흔이 나타나질 않았다.
아쉽지만 포기하고 버섯폐목쪽으로 갔다.
그러나 폐목이 있긴 있는데 너무 심하게 썪어있어서 넓적사슴벌레 2령유충 한마리가 나오곤 끝이였다.
아예 장소를 옮기기로 하고 차에올라 20여분 달린끝에 또다른 숲에 도착하게 되었다.
"음 여기 괜찮네.."
차를 천천히 몰며 주변을 탐색하던중 숲옆에 세워져 있던 차가 보였고
숲속에선 낮선남자 2명이 도끼를 휘두르고 있었다.
"이럴수가!! 누구지? 아 한발 늦었네... "
그냥 모르는척하고 슥 지나간뒤 곰곰히 생각하다가 차에서 내려
말이나 걸어보기로 했다.
나 : "저.. 저기요... 뭐 잡아요??"
???????
사람들 : "네?? 무덤정리 하고있는데요 왜그러시는데요??"
나 : "아.. 예~ 수고하세요~~"
'흐흐 됐다... '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장비를 챙겨 숲으로 갔다.
여름에 오면 좋을것 같은 참나무들 사이에 나무하나가 보였다.
하시만 이번엔 또 덜썪어 있었다.
어느덧 슬슬 채집이 꼬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시간은 3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안돼겠다 다른데로 가자!
내가 눈여겨 두었던 곳이 한군데 더 있어서
최후의 수단으로 그곳으로 향했다.
"이쯤이었는데..."
"아.. 여기가 맞는데..."
그랬다 거기가 맞았다.
그런데 나무들이 죄다 잘려나가있었고 숲전체가 포크레인으로 장악되 있었다.
엄청난 무기력감이 밀려오면서 시계는 4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와 이숲밀어서 희생됀 생물이 얼마나 될까?
곤충잡는 나도 뭐 좋은놈은 아니지만 이런건 타격이 크겠다 싶었다.
아 안돼 이대로 주저앉을수는 없어..
오후채집은 완전 꽝이였다.
점심먹은뒤로 단 한마리도 건지질 못햇다.
이런 반전이...
"안돼 이럴수는 없어!!!"
빨리 자리를 옮기자~
마땅히 갈곳도 없고...
결국 논산의 가야곡 면으로 향해보았다.
논산쪽은 워낙 채집인들이 많이 와서 가능성이 적지만
어차피 갈곳도 없었다.
결국 사람들이 가기싫어하는 산세가 약간있는 산 깊숙이 들어가봐야 겠다고 결심하고
차에서 내렸다.
폐르폐르님이 유충통하고 성충통중 하나만 가져가면 안돼냐고 하였고
나는 그럼 성충통만 챙기라고 하였다.
처음엔 참나무로 숲이 되어있다가 조금 들어가니 소나무 숲이 나왔고
계속 산속으로 파고 들어가니 또다시 참나무숲이 나왔다.
폐르폐르님은 더이상 힘들다며 중간에서 기다리겠다고 했고
나혼자 도끼랑 해머하나 달랑 든채로 깊은곳으로 더 들어갔다.
숲이 좀 우거져 있었으나
이숲에서 나가면 집에가야한다는 압박감에 계속 해서 쑤시고 들어간끝에
작지만 썪은나무를 발견하였다.
나무는 생각보다 딱딱했지만 더이상 다른나무 찾을 여력이 없었다.
결국 도끼와 해머의 합작으로 나무를 갈랐으나 죽은 왕유충과 넓적2령 2마리가 끝이였다.
시간은 5시.. 아직 30~40분의 여유가 있었지만
마지막 강행군으로 인하여 체력이 바닥나 있었기에 그만 포기하고
산에서 내려오기로 했다.
그런데 그길을 돌아갈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했다.
결국 나는 산 반대편으로 내려가게 됐고
폐르폐르님에게 전화를 하여 먼저 차있는곳으로 가있으라고 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산을 내려가던중 너무 급하게 내려가다가 체중이 잘못 실려서
왼쪽무릎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
나는 다리를 쩔둑거리며 하산을 했고
산에서 내려오자마자 머리속에 떠오르는건 내 해머를 두고왔다는 것이였다.
난 죽어도 다시 못올라간다.
잘먹고 잘살아라!
그래 고작 넓적유충2령 2마리랑 내가 아끼던 비밀병기랑 맞바꾼거다.
비록 넓적2령이지만 값비싼마음으로 길러주지...
산에서 내려와 저멀리 세워두웠던 차와 그옆에서 휴대폰 게임을하고있는 폐르폐르님이 보였다.
끝내 힘들게 다리를 질질끌고 차에 도착했고
이제 집에서 그냥 쉬고싶단 생각뿐이였다.
"휴~ 이제 집에가자"
"오후는 완전꽝이다"
오후를 생각하니 채집온게 후회도 되었지만
오전에 잠시 오랜만에 왕성충들을 본것에 억지로 만족을 하였다.
그리고 돌아오던중 휴게소에들려 황규하님께 연락해 결과를 말씀드리며
이제 유충채집 다니기 싫어질것 같다며 오후 채집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결국 8시쯤 안성에 도착하여 폐르폐르님을 내려주고
집에 와 주차를 하고 채집도구와
채집물들을꺼내는데....
"난... 성충통 안보이고!!"
"순간 두고왔음을 직감할 뿐이고!!"
"내 머릿속엔 전혀 기억이 없고~오!! 흑흑"
순간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그대로 그로기 상태로 차에 앉아 멍하니 10여분간 있었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폐르폐르님께 전화를 해보니 그건 니가알지 내가 어터케 아냐는 반응이였다.
"그래... 내가 죽일놈이야 난 정말 멍청한 놈이야 "
"정말 한심한 놈이야!!!"
슬슬 우울증 초기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다리를 절며 집으로 향했고.
멍하니 침대에 누워 생각하던중 무언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범인은 바로 폐르폐르였어!!!"
시간은 과거로 거슬러 3시간 전으로 흘러간다.
---------------------------------- 3시간전 논산 가야곡면 ---------------------------------
결국 사람들이 가기싫어하는 산세가 약간있는 산 깊숙이 들어가봐야 겠다고 결심하고
차에서 내렸다.
'폐르폐르님이 유충통하고 성충통중 하나만 가져가면 안돼냐고 하였고
나는 그럼 성충통만 챙기라고 하였다.'
바로 이부분!!!!!!!!
이부분이 내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마지막 채집지까지는 폐르폐르님이 분명 성충통을 가지고 다녔다.
그리고 그 다음부분...
'폐르폐르님은 더이상 힘들다며 중간에서 기다리겠다고 했고
나혼자 도끼랑 해머하나 달랑 든채로 깊은곳으로 더 들어갔다.
숲이 좀 우거져 있었으나...'
바로 이부분!!!!!!!!
난 분명히 도끼랑 해머하나들고 혼자 올라갔고 나중에 폐르폐르님은 따로 차로 갔다.
그래 범인은 폐르폐르다
바로 전화를 걸었다. "야 어텋게 된거야"
"니가 그때 이렇고 저렇고 해서 두고왔네......."
폐르폐르 : 아니야 산에서는 분명히 가지고 내려왔어...
나 : 그다음은?
폐르폐르 : 그다음이 기억이 안나네...
잠시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는듯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실마리 가 풀렸다
문제의 장면이다.
'산에서 내려와 저멀리 세워두웠던 차와 그옆에서 휴대폰 게임을하고있는 폐르폐르님이 보였다.'
바로 이부분!!!!!!!!
차는 분명히 잠겨있었고 나를 한참을 기다리던 폐르폐르는 ( 더이상은 존칭을 해주지 않겠다. )
심심했는지 휴대폰 게임을 하고있었다.. 그것도 두손으로...
그렇다는건 채집통을 땅바닥에 놔두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는 내가 문을 열자 휴대폰 게임을 하며 차에 올랐던것이였다.
그랬다 페르페르가 죽일놈이였다.
다시 전화로 몰아세우자 " 미안 " 이라는 한마리로 나를 또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이미 지나간 일을 어떻게 할 방법도 없는 것이였다.
결국 얻은건 하늘로 날려버린 경비와 쏟아부은 체력 그리고 손에잡힌 쓰라린 물집 통증이 밀려오는 왼쪽무릎.
그리고 그리 많지 않은 유충들.
부모님의 핀잔.
막막했다.. 정말 막막했다.
좁디좁은 통속에서 서서히 죽어갈 왕사슴벌레들을 생각하니 더욱 안타까웠다.
"그래 이 남은 유충들이나 살려보자"
유충들을 모두 바닥에 놔두고
서둘러 유충통과 톱밥을 준비해 세팅에 들어갔다.
이번만큼은 나는 왕유충보다도 내 비밀병기와 왕성충들과 내 다친 무릎과 맞바꾼 넓적2령 유충을
더 소중히 키워야 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가부좌를 튼채로 한참 세팅을 하던중 유충통이 모자라 손을 뻗었지만 손이 닿질않았다.
그래서 상체를 앞으로 숙이는는데... "물컹~!"
순간 머릿속을 KTX보다 빠르게 스쳐가는 뭐가 있었으니.
넓적2령...
왕유충과 함께 나의 오른쪽 무릎에 으스러진 초고가의 넓적 2령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원샷 쓰리킬이였다.
어처구니 없게 나의 오른쪽 무릎에 쓰리킬당했다.
그 이후 나의 무기력함과 우울증 증세는 극에 달해
순간 곤충 취미를 접을위기 까지 도달했으나 다행이 조금씩 회복단계에 있다.
곧 있을 단체채집때 원상복구를 꿈꾸며 채집기를 마친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