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에는 나라를 상징하는 상징물이 부여됩니다.
정부기관 등에서 정하는 공식적인 상징물도 있지만, 민족에 의해 통념적으로 상징성이 부여되기도 하죠.
미국은 흰머리수리, 영국은 사자, 러시아는 곰, 우리나라는 호랑이가 나라를 상징하는 동물입니다.
한편 곤충은?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곤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곤충을 나라 상징물로 지정하는 곳도 많지 않습니다.
미국이 그나마 주나 단체(스포츠팀 등)의 상징으로 여러 곤충을 지정하긴 합니다만 인지도는 낮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함께 이 땅에서 살아온 곤충을 등한시하고 지금은 볼 수 없는 호랑이나 골칫거리 까치를 자랑으로 여기는 것도 한편으로는 씁슬하더군요.
물론 대중적인 관심을 받기도 어렵고 관심도 없지만, 그래도 곤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이곳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할 'K-곤충'을 한번 정해보면 어떨까요?
역사적 상징성, 인지도 등을 고려해 각 분야에서 선발해 보았습니다.
- 딱정벌레 분야 -
1.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다 아는 천연기념물! 발해를 꿈꾸며, 장수하늘소
학명: Callipogon relictus
최초로 발견된 지역: 극동러시아
분포: 한국, 중국 북동부, 극동러시아
일단 장수하늘소라는 이름부터 위압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세다는 뜻으로 붙은 이름 장수하늘소!
성충은 최대 110mm까지 자라며 수컷은 잘 발달된 큰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북아시아에 서식하는 하늘소 중 가장 크며 또한 유라시아에 분포하는 유일한 장수하늘소속의 종이기도 합니다.
과거 미대륙과 아시아대륙이 연결되어 있었다는 중요한 생물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장수하늘소는 우리나라 최초로 지정된 천연기념물 곤충이자, 국가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보호종입니다.
공교롭게도 장수하늘소의 서식지는 우리나라 중북부, 중국 동북지방, 만주, 러시아로 옛 고구려와 발해 영토입니다.
"장수하늘소가 우리에게 신비로운 것은 그 분포 영역대에 있다. 장수하늘소는 원래 북방계 곤충으로서 그 분포의 중심이 한반도 이북이다. 그리고 동북쪽으로는 지금의 러시아 우수리스크일대, 중국 길림성과 흑룡강성 일대에 분포한다. 남쪽으로는 경기도 북부와 강원도 북부가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충청 이남이나 제주 및 도서지방에는 있을 수 없는 곤충이다. 다시 말해 장수하늘소는 옛 고구려나 발해 땅에만 분포하는 독특한 곤충이다. 시베리아 중앙부에도 살지 않고, 중국 대륙에도 살지 않으며 물론 일본에는 더더욱 존재하지 않는다. 이 얼마나 한국적인 곤충이란 말인가."
- 이대암 (영월곤충박물관장)
"눈에 잘 띄는 크고 멋진 생김새로 ‘장수(=장군)’ 하늘소로 불리며 관심을 받다가 곤충 중에서 가장 먼저 196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장수하늘소는 현재 문화재청의 자연유산이자 지구과학기념물로 분류돼 있다. 장수하늘소의 학명 렐릭투스는 ‘유존생물’이란 뜻인데, 1898년 당시 곤충학자 세메노프가 특징과 소속을 고민하면서 중남미 열대지방에 여러 자매종이 살지만, 동북아시아에는 유일한 종이라는 의미로 작명했다.
장수하늘소의 분포를 보면 흥미롭게도 광개토대왕 시절 고구려 영토와 매우 비슷하다. 현재 남한에는 경기도 광릉과 오대산 소금강 지역이 남방 한계선이며, 북한에는 아직 생존 개체군이 꽤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러시아의 연해주와 중국 북동부가 장수하늘소의 주산지인데, 사실 우리나라 고유종을 살펴보면 과거 고구려 땅과 비슷한 분포 패턴을 보이는 동북아 고유종인 경우가 많다."
- 김태우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장수하늘소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동경과 신비의 존재로 알려져 왔습니다.
일제시대부터 지금까지 채집된 개체수가 매우 적지만, 그 인지도로 인해 곤충은 몰라도 장수하늘소는 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국 대표로 알려진 장수하늘소는 이미 한국곤충학회의 엠블럼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지도 갑! 멋짐 갑! 보호가치 갑!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장수하늘소가 딱정벌레 분야 후보 1번이 되겠습니다.
딱정벌레 분야 1번 장수하늘소
특징: 한국 최대 크기, 고구려 발해의 후손, 용맹한 성질, 높은 인지도, 생물학적 가치, 남다른 상징성
2. 최초의 한류 곤충, 홍의장군 홍단딱정벌레
분류: 딱정벌레목 딱정벌레과
학명: Carabus smaragdinus
분포: 한국, 중국 북동부, 극동러시아
홍단(紅緞), 즉 붉은 비단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붉은 몸의 소유자 홍단딱정벌레!
우리나라 딱정벌레 중 대형종으로 지역에 따라 색깔이 다채로워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인들에게도 그 아름다움이 잘 알려져 일본인들이 몰래 국립공원에 가서 잡다가 걸릴 정도입니다.
어쩌면 곤충계의 한류 스타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홍단딱정벌레의 아종 중 하나인 제주홍단딱정벌레(Coptolabrus smaragdinus monilifer)는 생물역사학적으로 매우 매우 큰 가치를 지닙니다.
우리나라 생물을 통틀어 서구 학계에 최초로 알려져 학명으로 발표된 첫번째 생물종이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탐사선 HMS 사마랑호(HMS Samarang)의 외과의사이자 동물학자인 애덤스(Arthur Adams)가 제주도에서 채집해간 홍단딱정벌레는
1847년 한국을 대표하는 신종으로 발표됩니다.
'한류 1호' 한국 대표 곤충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홍단딱정벌레가 딱정벌레 분야 후보 2번이 되겠습니다.
딱정벌레 분야 2번 홍단딱정벌레
특징: 아름다운 생김새, 한류, 한국 생물종 1호, 곤충계의 신흥강자
3. 신라 귀족들이 사랑한 형형색색의 미려함, 비단벌레
분류: 딱정벌레목 비단벌레과
학명: Chrysochroa coreana
최초로 발견된 지역: 한국
분포: 한국 (고유종)
비단을 수놓은 듯한 형형색색의 갑옷을 두르고 있는 비단벌레!
우리나라 딱정벌레 중 가장 아름다운 형상을 하고 있으며 멸종위기 1급, 천연기념물 456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오로지 우리나라에서만 사는 고유종으로 생물학적 가치가 높으며, 역사적인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신라시대와 발해시대 말안장이나 의복 등에 장식품으로 이용되어 고대부터 우리들에게 사랑받아 온 곤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립경주박물관 사진)
원래 우리나라 비단벌레는 그동안 일본종과 같은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형태적 차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인데요,
2012년 연구에 의해 우리나라 비단벌레는 일본이나 대만 등 인접국가의 종들과 유전적으로 다른 신종임이 밝혀졌습니다.
A, B가 우리나라 비단벌레
비단벌레의 반짝거리는 몸은 사실 생존을 위해 발달시켜 온 것입니다.
비단벌레는 활엽수림의 꼭대기에서 햇빛을 받으며 날아다니는데, 햇빛을 받으면 반짝거리는 몸에 빛이 반사됩니다.
반짝거리는 형형색색의 몸은 포식자로 하여금 빛을 반사시켜 자신을 숨기는 위장효과를 가져다줍니다.
남부지방의 활엽수림에 살지만 서식지 파괴로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인공사육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고유종으로 조상들의 사랑을 받았던 귀족곤충 비단벌레가 딱정벌레 분야 후보 3번이 되겠습니다.
딱정벌레 분야 3번 비단벌레
특징: 조상님도 인정한 아름다움, 나라에서 인정받은 한국 고유종, 신라시대 귀족들의 플렉스 필수품
4. 한국의 대표 꽃무지, 용맹한 싸움꾼 사슴풍뎅이
학명: Dicronocephalus adamsi
최초로 발견된 지역: 한국
분포: 한국, 중국, 극동러시아, 티베트, 베트남
5월을 대표하는 사슴풍뎅이!
인지도는 위 곤충들에 비해 떨어지지만 나름대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곤충입니다.
홍단딱정벌레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처음 발견된 신종 곤충으로 상징성이 있으며, 수컷은 뿔과 하얀 몸으로 유니크한 매력을 자랑합니다.
사슴풍뎅이 원기재문
사슴풍뎅이는 동북아 유일의 뿔꽃무지라는 점에서 큰 매력이 있습니다.
처음으로 발견된 곳이 한국인 것도 역사적인 가치가 있지요.
숲의 넓은 하늘을 화려한 비행술로 날아다니며 초여름을 보내고 시기에 알맞게 들어갑니다.
비단벌레가 귀족층을 상징한다면 사슴풍뎅이는 민중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곤충학계의 대부인 조복성 선생님은 '할리우드 배우도 반한 남성화장의 선구자'라는 별명을 붙이며 '수컷은 현대적인 외모에 할리우드의 성격파 배우를 닮았으며 암컷은 시골 아낙네처럼 순박하다'는 말을 남기셨습니다.
여름철 참나무 숲에 모여 수액을 먹고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면 꼭 우리네 생활을 보는 것 같지요.
강한 적이 나타나도 위풍당당하게 몸을 세우고 물러서지 않으며, 호전적이고 성질 급한 것까지 한국인을 닮았습니다.
한동안 사슴풍뎅이는 사육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점점 그 생태가 밝혀지고 있습니다.
충우곤충박물관에서도 사슴풍뎅이 사육을 무리없이 성공시켰죠.
우리를 닮은 사슴풍뎅이가 앞으로도 우리와 함께 공존했으면 좋겠습니다.
딱정벌레 분야 4번 사슴풍뎅이
특징: 한국 대표 뿔꽃무지, 할리우드 성격파,분칠한 백의민족, 용맹한 전사, 숨길 수 없는 한국인 성격, 숲의 자유로운 영혼
5. 한국에서 가장 크고 친숙한 사슴벌레, 밤의 전차 넓적사슴벌레
학명: Dorcus titanus castanicolor
분포: 한국, 중국, 일본
우리나라 사슴벌레의 대표 넓적사슴벌레!
한국산 사슴벌레 중 가장 크고 흔하며 북한부터 제주도까지 전 지역에서 관찰됩니다.
과거 어르신들이 집게벌레, 꽉지벌레라고 부르며 갖고 놀았던 종도 이 넓적사슴벌레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넓적사슴벌레는 참나무 숲에 서식합니다.
낮에는 오래된 참나무 구멍이나 밑에 숨어있다가 밤에 나와서 수액을 먹습니다.
장수풍뎅이와 호각을 겨룰 정도로 힘이 세며 용맹합니다.
자신보다 큰 적이 나타나도 잘 도망가지 않는 대범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넓적사슴벌레는 우리나라 사슴벌레 중 변이가 많은 편에 속합니다.
아종 간의 변이가 아니라 우리나라 안에서의 변이도 상당한데요,
턱이 짧은 '단치' 형질, 반대로 턱이 길고 호리호리한 '장치' 형질, 이빨이 없는 '무내치 형질' 등등,
각종 변이는 사슴벌레 매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를 누대하는 기쁨도 즐기게 해 줍니다.
참나무 숲에서 용맹한 투사로, 곤충인들 사이에서 친숙한 애완곤충으로 제 역할을 하는 넓적사슴벌레,
앞으로도 넓적사슴벌레가 우리와 함께하길 바래봅니다.
딱정벌레 분야 5번 넓적사슴벌레
특징: 한국 토박이 사슴벌레, 큼지막한 크기, 어린시절의 추억, 참나무 숲의 용사, 매력 뿜뿜, 친숙함
딱정벌레 분야
후보 1번 장수하늘소
후보 2번 홍단딱정벌레
후보 3번 비단벌레
후보 4번 사슴풍뎅이
후보 5번 넓적사슴벌레
과연 충우 분들이 선택한 우리나라 대표 딱정벌레는?
여러분들이 선택해주세요!
다른 의견이나 후보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다음에는 우리나라 대표 나비, 'K-나비' 선발이 기다립니다!
그외 다른종을 골라본다면
장수풍뎅이나 톱사슴벌레 추천해봅니다!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하기도 하고
옛날부터서 현재까지 넓적사슴벌레만큼이나
이름이 잘알려져있어서 추천했습니다!
그리고 톱사슴벌레!
외래종 톱사슴벌레류와 비교해봤을때 꿀리지않고 특유의 멋진 생김새 때문에 톱사슴벌레를 추천해봅니다!
그 외의 다른 것이 있다면 '왕사슴벌레' pick하겠습니다! ㅎㅎ
같아서요 ㅎㅎ
사풍 가야쥬
또 동북아 유일한 뿔꽃무지라는 점도 좋네요
그래도 우리나라의 곤충 중 가장 예쁘게 화장하는 멋진 곤충으로 불러주셨으니 분명히 좋게 평가해 주신 것 같습니다. ^^
사풍이면 싸움도 잘해서 우리나라의 힘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이고 넓적이는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인기가 있는것 같아서 입니다. 진짜 이유는 충우에서 아이들이 좋아해서 입니다.
장수하늘소 만세!
그리고 한귝에서 세계최초인진 잘 모르겟지만 세계 최초로 인공증식을 했었기 때문이고 인공으로 만이 사육중인 나라가 우리나라이기 때문이라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