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에는 나라를 상징하는 상징물이 부여됩니다.

정부기관 등에서 정하는 공식적인 상징물도 있지만, 민족에 의해 통념적으로 상징성이 부여되기도 하죠.

미국은 흰머리수리, 영국은 사자, 러시아는 곰, 우리나라는 호랑이가 나라를 상징하는 동물입니다.

한편 곤충은?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곤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곤충을 나라 상징물로 지정하는 곳도 많지 않습니다.

미국이 그나마 주나 단체(스포츠팀 등)의 상징으로 여러 곤충을 지정하긴 합니다만 인지도는 낮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함께 이 땅에서 살아온 곤충을 등한시하고 지금은 볼 수 없는 호랑이나 골칫거리 까치를 자랑으로 여기는 것도 한편으로는 씁슬하더군요.

물론 대중적인 관심을 받기도 어렵고 관심도 없지만, 그래도 곤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이곳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할 'K-곤충'을 한번 정해보면 어떨까요?

역사적 상징성, 인지도 등을 고려해 각 분야에서 선발해 보았습니다.

나비, 나방을 가리지 않습니다.

나비쪽은 제가 촬영한 깔끔한 사진이 없는 관계로 사진들은 모두 퍼왔습니다. (ㅠㅠ)

나비는 제게 생소한 곤충이라... 나비잘알 분들께서 따로 보충해주세요 ㅎㅎ

- 나비 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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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인의 얼이 담긴 나비! 아싸 호랑나비

분류: 나비목 호랑나비과

학명: Papilio xuthus​

분포: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호랑나비!

각종 노래, 동화, 민요, 그림에서 등장하며 가장 많이 알려진 나비입니다.

예로부터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나비로, 날개의 얼룩무늬가 마치 호랑이와 같습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나비로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나비의 대표로 취급하지요.

크기도 결코 작지 않아서 꽤 큰 중대형 나비류에 속합니다.

애벌레는 운향과 식물(탱자, 산초, 황벽나무, 귤나무 등)을 먹고 살며 새똥 같은 모습에서 녹색의 모습으로 변합니다.

호랑나비는 우리뿐만 아니라 조상님도 사랑한 나비입니다.

초충도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곤충이 바로 이 호랑나비이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호랑나비는 초충도(신사임당, 신명연, 김홍도, 남계우 등)나 각종 문학작품(사미인곡 등)의 단골이 되었습니다.

'남나비' 남계우 화접도대련 中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아싸! 다음에 반드시 따라나오는 곤충이기도 하구요~ ㅎㅎ

호랑나비야 날아봐!

인지도 갑! 친숙함 갑!

아싸~ 호랑나비가 나비 후보 1번이 되겠습니다!

나비 분야 1번 호랑나비

특징: 한국 대표, 조상님 원픽 나비, 높은 인지도, 나비인지 나인지 모르는 기분, 저절로 움직이는 몸







2. 석주명이 추천한 한국 대표 나비 산제비나비

분류: 나비목 호랑나비과

학명: Papilio maackii​

분포: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중앙아시아

​제비나비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주로 산에 살며 아름다운 청록색 날개를 가진 산제비나비!

날개에 산의 푸르름을 담은 듯한 미려한 나비입니다.

이 산제비나비는 조금 특별합니다.

조선시대 그림에도 제비나비와 함께 등장하지만,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의 나비와 사라져가는 방언을 연구하셨던 학자 석주명 선생께서 우리나라의 대표 나비로 추천했기 때문입니다.

"제비나비처럼 전국에 분포해 있는데 제비나비가 평지에 많은데 비해서 산에 많다. 이 종류는 전국에 분포해 있어 생식력이 강한 종으로서 강대하며, 산에 있어서 속세에 섞이지 않으므로 필자는 이 종류를 산신령나비라고 명명하여 조선 대표종으로 추진한 일이 있다(1940, 조선일보). (...) 지금도 필자는 이 나비를 조선 대표종으로 생각함에 변함이 없으며 그 의미로 이 책 표지에도 이 종류의 그림을 넣었다."

- 석주명, 1947, '나비 이름 유래기' 中

<남계우필 군접도(南啓宇筆群蝶圖)>, 지본채색, 각 면 13.3 x 10.6cm, 국립중앙박물관

속세에 물들지 않은 맑고 청아한 쪽빛 날개,

산제비나비가 나비 후보 2번이 되겠습니다.

3. 하늘하늘 고운 날개, 모시나비

분류: 나비목 호랑나비과

학명: Parnassius stubbendorfi​

분포: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쿠릴열도, 중앙아시아


모시나비는 다른 호랑나비류에 비해 굉장히 수수합니다.

아무 무늬 없이 새하얀 날개가 특징이지요.

모시나비라는 이름도 모시옷처럼 백색의 투명한 날개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우리나라 전통옷감을 떠올리는 수수한 날개가 특징이지요.

날아다닐 때 촐싹대지 않고 천천히, 우아하게 날아다닙니다.

5월 산지의 양지바른 풀밭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짝짓기 후 수컷은 암컷의 생식구를 봉쇄하는 수태낭(sphragis)을 만드는 특징이 있으며

애벌레는 현호색을 먹습니다.

순수와 지조의 상징, 모시나비가 나비 후보 3번이 되겠습니다.

나비 분야 3번 모시나비
특징: 투명하고 깨끗한 날개, 우아한 움직임, 봄의 전령사, 순수한 민족성

4. 고상한 명주저고리를 입은 신선의 나비, 꼬리명주나비

분류: 나비목 호랑나비과

학명: Sericinus montela​

분포: 한국, 중국, 일본, 극동러시아

"이놈은 생긴 모양과 날아 다니는 폼이 어떤 점으로 보아도 고상하다. (...) 이 나비가 꽃밭 위로 펄럭 펄럭 날아 다니는 것을 멀리 서서 볼 때에 마치 신선이 손에 한삼을 끼고 춤을 추는 것 같이 보인다."

-조복성, 1948, '곤충이야기' 中

꼬리명주나비는 참으로 독특한 나비입니다.

긴 꼬리돌기는 호랑나비를 닮았고, 하늘하늘한 날개는 모시나비를 닮았습니다.

흰색과 검은색의 조화, 그리고 빨간 수를 놓은 고풍스럽고 미려한 날개는 마치 우리나라 명주저고리를 연상케 합니다.

조복성 선생께서는 생긴 모습과 날아다니는 폼이 고상하며, 멀리서 보면 신선이 춤을 추는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꼬리명주나비 역시 옛날에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던 나비였습니다.

조선시대의 여러 초충도에 호랑나비와 함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 꼬리명주나비입니다.

김홍도, '황묘농접도'

남계우 군접도

꼬리명주나비는 산지의 양지바른 풀밭을 좋아합니다.

애벌레가 먹는 쥐방울덩굴이 많이 자라기 때문이지요.

햇볕이 잘 쬐는 초지를 여린 날개로 바람을 타며 날아가는 모습은 우아함이 나타납니다.

꼬리명주나비는 가슴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비의도적인 유입이라고 주장하지만, 어떠한 이유로 꼬리명주나비는 일본에 진출하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 토착종과 경쟁한다며 외래종 취급하고 있지요.

지금도 가슴 아픈 역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꼬리명주나비의 서식지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애벌레가 먹는 쥐방울덩굴을 독이 있는 잡초라며 뽑아버리고, 초지나 초원을 개발한다면서 다 갈아엎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급속도로 사라진다면 먼 미래에는 멸종위기종이 되어버릴지도 모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MbX0k_HK24​

나비를 연구하고 생태사진을 촬영하는 많은 사람들은 꼬리명주나비를 국접(나라 나비)으로 추천합니다.
과거 국접으로 지정될 뻔 했지만 고유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려된 꼬리명주나비,

민족의 애환을 함께한 꼬리명주나비가 나비 후보 4번이 되겠습니다.

나비 분야 4번 꼬리명주나비

특징: 고풍스럽고 우아한 날개, 고상한 움직임, 신선놀음, 조상님 초충도 단골, 민족의 애환을 함께한 나비, 가슴아픈 역사

5. 희다 못해 아주 새하얀 백의민족, 상제나비

분류: 나비목 흰나비과

학명: Aporia crataegi​

분포: 한국, 중국, 일본, 극동러시아, 유럽, 북아프리카

그저 흰나비라고 해서는 만족하지 못할 만큼 흰 나비인데 백의 민족인 우리가 보아도 喪制나비라면 이 종류의 형태로 보아 잘 된 이름이라고 볼 수가 있겠다. (후략)

- 석주명, 1947. 나비 이름 유래기 中

상제나비는 우리나라 흰나비 중에서 가장 큽니다.

전통 장례에서 흰 상복을 입은 사람을 닮아 이름붙여진 상제나비는 흰나비 중에서도 가장 흰 나비입니다.

북방계 나비로 우리나라가 남방한계선이며, 숲 가장자리나 인가 주변에 서식하는 특성으로 의외로 사람과 가까운 지역에서 살아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상제나비는 슬픈 나비입니다.

1990년대 영월에서 발견된 것을 마지막으로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췄기 때문인데요,

서식지의 파괴와 남획이 개체수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된다고 합니다.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었지만 가까워질 수 없었던 나비,

고결한 순백의 나비 상제바니가 우리나라 나비 후보 5번에 올랐습니다.

나비 분야 5번 상제나비

특징: 순백의 고결한 나비, 백의민족, 우아한 움직임, 사람과 가까운 나비, 가슴아픈 역사, 슬픔과 한의 나비

6. 군주를 상징하는 나비, 왕나비

분류: 나비목 흰나비과

학명: Parantica sita ​​

분포: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인도, 카슈미르, 인도차이나 반도

우리나라의 대형 나비 왕나비! 나비의 왕!

한반도의 나비 중 가장 크며, 우아하고 기품 있는 멋이 있습니다.

상제나비가 북방계 나비라면, 왕나비는 남방계 나비로 따뜻한 지역에서 많이 서식한다고 합니다.

귀족풍 나비답게 애벌레와 번데기 모두 화려합니다.

나비알못인 제가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충우곤충박물관 영상으로 그 아름다움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2scevrHSC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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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분야 6번 왕나비

특징: 나비의 왕, 커다란 크기, 이국적인 외모, 유충부터 성충까지 우아하고 엘레강스한 생김새

7. 군필자들의 친구, 팅커벨 긴꼬리산누에나방

분류: 나비목 산누에나방과

학명: Actias artemis​ ​​

분포: 한국, 중국, 일본, 극동러시아 ,쿠릴열도

덩치가 크기로 유명한 산누에나방과의 대표, 긴꼬리산누에나방입니다.

산지의 활엽수림에 서식하며 밤에 불빛에 날아오는데,

선녀 같은 아름다운 모습과 비취빛의 커다란 날개는 고급스럽고 신비한 느낌을 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옥색이 부와 청명을 상징했기에

긴꼬리산누에나방의 옥색 날개는 마치 비취빛 두루마기처럼 보입니다.

그보다 사실 긴꼬리산누에나방은 군대 팅커벨로 많이 유명합니다.

산속에 부대가 있던 군필자라면 한번쯤 만나본 친숙한 곤충일텐데요,

때로는 공포의 대상, 때로는 전우가 되기도 했던 산속의 요정 팅커벨,

행복의 나라 출신인 팅커벨을 보며 전역을 기다리던 추억이 다들 있으실겁니다.

산 속의 요정 팅커벨 긴꼬리산누에나방이 나비 후보 7번이 되겠습니다.

나비 분야 7번 긴꼬리산누에나방

특징: 나방의 왕, 커다란 크기, 양반과 귀족을 상징하는 고결한 비취색, 군필 친구, 전역을 꿈꾸며, 네버랜드의 팅커벨


 

10. 대한민국 만세! 태극나방

분류: 나비목 태극나방과

학명: Spirama retorta​ ​​

분포: 한국,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이름과 생김새만 보아도 우리나라 대표로 지정되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날개의 태극무늬는 원래 포식자를 속이기 위한 눈알무늬입니다.

다른 여러 나방 종류도 태극이 있지만, 크고 선명한 태극무늬는 태국나방이 거의 유일합니다.

그래서인지 1954년 우리나라 최초로 곤충을 모델로 한 우표가 발행되었을 때 10환짜리 우표에 선정된 곤충이기도 합니다.

광복의 기쁨도 잠시, 우리나라는 분단의 아픔을 겪고 같은 민족의 이념차이로 잔혹한 갈등이 빚어졌습니다.

많은 사람이 죽고, 많은 것들이 파괴되고, 소중한 것들을 잃었습니다.

절망 속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앞으로의 대한민국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었고,

그 믿음과 희망, 그리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원동력으로 삼아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게 되었습니다.

전쟁 직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사한 태극나방은 그 상징성으로 인하여 최초로 우리나라 우표에 도안되어 대표 곤충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앞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갑시다.

나비 분야 7번 태극나방

특징: 태극무늬, 대한민국의 희망, 대한민국의 대표, 최초 우표 곤충, 애국열사








나비 분야

후보 1번 호랑나비

후보 2번 산제비나비

후보 3번 모시나비

후보 4번 꼬리명주나비

후보 5번 상제나비

후보 6번 왕나비

후보 7번 긴꼬리산누에나방

후보 8번 태극나방

과연 충우 분들이 선택한 우리나라 대표 나비는? 

여러분들이 선택해주세요!

다른 의견이나 후보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다음에는 우리나라 대표 풀벌레와 기타곤충, 'K-곤충(기타분야)' 선발이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