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우에 채집기를 쓰는건 어렸을 때 말고는 거의 처음인 듯 싶네요 이번에 다녀온 채집이 나름 만족스러웠던지라 충우에도 한번 올려봅니다.
지난 7월 3일~5일 2박 3일간 지인들과 함께 강원도로 등화채집을 다녀왔습니다.
5월달부터 계획하던 채집으로 장기간 준비한 만큼 사전에 철저한 조사와 조언을 토대로 큰 기대를 가지고 채집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발전기와 수은등을 이용한 등화채집은 살면서 처음인지라 더욱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멀리 향하는 채집인 만큼 이번 채집에서 주 목적으로 삼은것은 총 3가지인데
1. 새로 구입한 DSLR 조명의 야외 촬영 테스트
2. 토종 야생 왕사슴벌레의 관찰
3. 한국 큰자색호랑꽃무지의 실물 관찰
이 3가지를 주 목표로 삼고 이번 채집을 향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기존에 곤충 촬영을 위한 스피드라이트 + 링플래시형 어댑터를 사용중에 있었는데 지나치게 큰 부피와 무게로 인하여 야외에서는 도저히 들고 다닐만한 물건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나름의 거금(?)을 들여 구매했습니다.
촬영본은 아래에서 확인해보시면 되겠습니다.
숙소 인근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는데 참새도 아닌 제비가 저렇게 사람들의 왕래가 자주 일어나는 장소에 둥지를 튼 것은 처음봤네요
덕분에 평소 가까이 못보던 모습을 실컷 구경하다 갑니다.
장을 보고 오는 길 편의점 근방에서 채집 시작도 전에 깨끗한 상태의 톱사 암컷 시체를 주웠습니다.
관절도 말랑하고 눈도 깨끗한 거 보니 죽은지 얼마 안 된 것으로 보고 채집에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켜주네요
저녁도 먹고 휴식을 취하다가 본격적으로 장비를 전부 챙기고 등화에 나섰습니다.
사실 채집의욕도 앞서고 카메라도 들고 간 만큼 많은 사진을 찍고싶었는데
처음이라 그런건지 몰라도 발전기 기름 냄새를 맡으니 머리와 목에 직격으로 영향이 와서.....계속 기침하고 쉬느라 생각보다 셔터를 많이 누르지 못했습니다.
나방과 날벌레들이 가장 먼저 날아오고 슬슬 다른 벌레들도 나타나고 있는데 의외로 가장 먼저 날아온 곤충은 꿀벌이었습니다.
근방에 양봉장이 있다는 걸 나중에 알긴 했으나 꿀벌도 주광성을 가지고 있는건지 등화에 날아올 줄은 몰랐네요 여러마리가 날아왔습니다.
평소 야간은 트랩이나 줍줍이 말곤 경험이 없었는데 등화는 날아오는 벌레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보니 놀랐습니다.
그리고 친구가 마스크를 필수로 챙겨오라는 말을 왜 했는지도 이해가 갔습니다 잘못하면 벌레 여러마리 먹는게 일상이 될 뻔 했네요
계속 기다리고 기다리니 드디어 사슴벌레가 날아와줍니다...!
어렸을 때 책이나 인터넷에서만 보던 광경을 직접 마주하니 왠지모를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도중 드디어 멋들어진 사슴벌레 수컷 한마리가 날아와줍니다.
머리에 하얀 분진을 잔뜩 뭍히고 나타났는데 소형 사슴벌레만 보다가 걍사 수컷이 날아오니 아드레날린이 마구 뿜어져 나옵니다 ㅎㅎ
추가적으로 흔히들 "팅커벨"이라고 부르는 대형 나방류도 상당수 날아와주었습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보여주니 다들 군 복무때 한두번씩 본 벌레들이라고 하는거 보면 다들 비슷한 인상을 가지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중간중간 왠 새 한마리가 날아와서 등화에 머리를 밖는거지? 하면 보통 위에 두 친구들이었습니다.
왕물결이야 몇번 강원도 채집에서 본 경험이 있어 익숙했지만 가중나무고치나방의 경우에는 보자마자 아틀라스가 생각나는 외모 덕분에 몇번이나 셔터를 터뜨린 생각이 나네요
바닥을 훑어보니 사이즈가 꽤 괜찮은 홍다리가 찾아와주었습니다.
자세히 안봐서 몰랐는데 홍다리도 사이즈가 커지면 내치가 생각보다 예쁘게 발달되더군요 신기했습니다.
이때부터는 앉아서 쉬다가 가끔씩 일어나서 날아온 거 보고 사진찍고 다시 앉아서 쉬고.... 반복하며 채집했습니다.
걍사가 많이 날아왔으면 했지만 아쉽게도 가장 많이 날아오는건 홍다리였네요 다음날은 장소를 옮기자고 생각했습니다.
가뭄에 콩 나듯이 적지만 그래도 걍사가 날아와주기는 해서 보는 즐거움이 상당했습니다.
시간이 슬슬 늦어져서 다음날을 기약하고 등화는 슬슬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낮에 톱사 시체를 주웠던 편의점에 간식도 살겸 왕복하며 홍단딱정벌레나 멋진 사이즈의 톱사 한쌍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1일차는 사슴벌레 약 20여마리를 채집하고 끝마치고 다음날로 넘어갑니다.
2일차에는 낮에도 위치를 탐색하며 답사를 다니는데 마지막에 괜찮은 장소를 찾아 그곳에서 등화를 켜봅니다.
다만 2일차에는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켜놓는게 아닌, 날아오는 벌레의 수나 종류를 보고 수시로 장소를 옮겨보는식으로 변경했습니다.
확실히 첫날에 비해 다양한 종류의 곤충이 날아와주었으나, 원하는 목표종은 보이지 않아서 장비를 접고 다른곳으로 이동합니다.
그렇게 장소를 옮기며 등화를 키고 정리하고를 반복하다가, 마지막에 도달한 장소에서 드디어 다수의 걍사가 관측되어 마지막 등화를 진행했습니다.
좋은 장소를 찾아서 그런지, 첫날에 비해 많은 수의 벌레가 나와주었기 때문에
단순히 등화 앞에서 기다리는 것 뿐만 아니라 좀 더 활동적으로 주변을 살펴보며 나무나 바닥 벽면 등을 살펴보던 도중
처음에는 큰 사이즈의 넓적사슴벌레 암컷인 줄 알았으나 머리에 있는 두개의 돌기와 겉날개의 점열을 확인하니 왕사슴벌레가 확실했습니다.
한가지 특이한점으로는 야생 개체치고는 사이즈가 매우 컸습니다.
이전에 야생 왕사슴벌레를 본 경험이 2번 있는데 모두 30mm 초반 사이즈를 보여줬던 반면 사진의 개체는 복귀 후 버니어로 측정해보니 41mm라는 사이즈가 나오더군요
집에서 사육하고있는 충우산 암컷보다 더 큰 덩치를 보여줘서 채집 당시에 정말 놀랐습니다 ㅎㅎ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같이 간 친구도 다른 왕사슴벌레 암컷을 채집했습니다.
이때부터 정말 눈에 불을 키고 주변 땅이며 바닥이며 나무며 빠짐없이 불로 비춰보고 살펴보고 정신이 없었네요 ㅋㅋ
그렇게 등화와 주변수색을 새벽 3시까지 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고 다음날 숙소 퇴실을 위해 채집을 마무리지었습니다.
사실 더욱 많은 사진을 촬영할 기회는 있었으나, 앞서 말했던 발전기 기름냄새로 인해 두통과 목이 칼칼한 증상이 계속 발목을 잡아 생각보다 사진을 많이 찍지못해 다소 아쉬움이 남아있긴 했습니다만
새로 구매한 플래시가 사진의 결과물을 기대 이상으로 잘 뽑아주었고, 와일드 왕사슴벌레를 2마리나 채집할 수 있었을 뿐더러
인생에서 처음 해보는 등화채집 이었기에 만족하며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큰자색호랑꽃무지를 만나보지 못한 건 마음한편에 계속 남아있긴 합니다 ㅠㅠ)
개인적으로 장기채집을 처음 기획했을때는 "많이 힘들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앞섰지만 채집의 과정을 생각하니 힘들었던 과정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기에 다음 채집을 다시 기획할 정도로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ㅎㅎ